[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르노삼성이 부산공장 일시 가동중단(셧다운) 카드를 빼들었다. 임단협 협상중인 노조가 파업 등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도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더이상 응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르노삼성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사측은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부산공장 셧다운을 실시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셧다운 기간은 이달 29~30일, 노동절(5월 1일)을 제외한 5월 2~3일 총 4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셧다운은 생산물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프리미엄 휴가(복지휴가)’를 강제로 소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사측의 이같은 셧다운 조치는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임단협 협상 및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점점 강경해지고 있는 노조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재 르노삼성 노사 임단협의 쟁점은 당초 '기본급 인상'에서 노동강도 문제와 전환배치, 외주분사 등 3가지 정도로 좁혀졌다. 노조는 이미 기본급 동결에는 동의했다.
르노삼성 부산 공장 [사진=르노삼성] |
그중 특히 작업 전환배치시 노사 협의가 아닌 '합의'로 하는 것을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것이 핵심으로 꼽힌다. 사측은 전환배치시 노사 '합의'는 회사의 인사·경영권과 관련돼 있는 문제라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자동차회사 뿐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도 인사와 경영권을 노조와 협의가 아닌 합의를 통해 행사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자동차업계에선 현대기아차가 이를 임단협 조항에 넣고 있어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현대기아차는 신차를 출시해 일시적으로 생산 수요가 늘어도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작업장 인력 집중 투입 등 전환배치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동의를 조건으로 복지 등에서 사측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노조와 협상 하느라 오랜 기간 공급부족을 감수해야 하는 악순환을 반복해왔다.
지난해 말 출시한 현대차 팰리세이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팰리세이드는 출시 이후 주문이 폭주하며 공급난이 심화됐으나 노조와 합의 하느라 최근에야 증산이 결정됐다.
르노삼성이 현대차 노조와 같은 권한을 갖겠다며 파업을 벌이는 것은 회사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태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르노삼성 노조 지도부는 민주노총 출신이다. 개별 기업노조인 르노삼성 노조는 조만간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노조는 복지나 임금에 치우쳐야지 경영·인사상의 개입을 하면 안되는데 현재 르노삼성 노조는 현대기아차에서 배운대로 르노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노조가 협의가 아닌 합의로 바꾸자는 것은 경영·인사상 개입으로 르노그룹 입장에서는 절대 수용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노총 출신 위원장이 '트로이 목마' 처럼 들어와서 이렇게 극한으로 치닫게 된 것"이라며 "머지 않아 르노 사측에서 노조와 협의를 안하고 통보를 하는 '결단'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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