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내부 파벌집단에 의해 공개적으로 도전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인 ‘태영호의 남북동행포럼’에 올린 글에서 “북한의 내부 사정이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어렵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사진=태영호 전 공사 블로그] |
태 전 공사는 이날 게재한 글에서 21일자 북한 노동신문 보도를 인용했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노동신문은 ‘위대한 당을 따라 총진격 앞으로’라는 정론에서 현재 북한의 상황을 북한 역사상 가장 힘들었던 1956년과 비교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역사에서 6.25 전쟁이나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가 있기는 했지만 북한 지도자로서 수령의 지위가 내부적인 파벌집단에 의해 공개적으로 도전 받았던 것은 1956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당시 김일성 주석은 소련 등 동유럽을 순방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중국 모택동(마오쩌둥)의 지시를 받은 팽덕회가 북한 당내의 최창익을 위수(우두머리)로 하는 연안파를 내세워 김일성을 반대하는 조직적인 음모를 꾸미게 했고 여기에 소련파도 합세했다”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결국 연안파와 소련파는 군대를 장악하고 있던 빨치산파에 의해 숙청됐지만 김일성은 중국파와 소련파를 숙청해 중국과 소련으로부터 경제원조를 못 받게 되자 자력갱생과 천리마운동을 외치면서 난국을 겨우 수습했다”며 “북한의 현재 상황을 1956년과 비교하는 것을 보면 내부 사정이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1945년 8.15 해방 후 북한에는 다양한 파벌들이 각축전을 벌였다. 1930년대 북만주 지역에서 김일성 등을 중심으로 항일 빨치산 활동을 하다가 소련군과 함께 입북한 후 정권을 장악한 빨치산파, 소련 점령군과 함께 북한에 들어와 초창기 북한 정치에서 소련군을 도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소련파, 중국 연안을 중심으로 항일투쟁을 하다가 해방 후 입북한 조선의용군 출신의 정치집단인 연안파(중국파), 그리고 국내파 등이 난립했다.
이 가운데 국내에 뿌리를 둔 빨치산파나 국내파와 달리 기반이 없는 연안파, 소련파 등은 정치 세력화에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때문에 연안파와 소련파는 손을 잡고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통해 합법적 방법으로 김일성을 당 위원장에서 끌어내리고자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이 사전에 발각, 김일성은 당시 유럽 순방에서 조기 귀국해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연기하는 등 쿠데타에 대비했고 결국 연안파와 소련파는 군대를 장악하고 있던 빨치산파에 의해 숙청 당했다. 이것이 1956년 발생한 ‘8월 종파사건’이다.
최룡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태영호 “김정은, 中‧러‧베트남엔 직접 축전 보내고 짐바브웨‧콩고엔 최룡해 명의로 보내”
“아직 北 헌법에 ‘국무위원장=헌법상 대외적 국가수반’이란 내용 명기 안된 듯”
태 전 공사는 이와 함께 “아직도 북한의 대외적 수반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1일 최고인민회의가 열리는 등 분명히 북한의 권력구조를 수정하는 헌법 개정이 있었던 것 같다”며 “그러나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외국 정상들에게 답전을 보낸 경향을 보면 여전히 상임위원장이 헌법상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의 국무위원장 재추대에 대한 축전을 보내준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 응우옌 푸 쫑(웬 푸 쫑) 베트남 주석에게 답전을 보냈다. 하지만 짐바브웨와 콩고 대통령에게는 자신의 명의가 아닌 최룡해 상임위원장을 내세워 축전, 위로 전문을 보내게 했다.
태 전 공사는 이에 대해 “최고인민회의 이후 북한 언론들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조선 인민의 최고 대표자’라는 새로운 호칭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북한 헌법이 (국무위원장이 헌법상 대외수반이 되는 것으로) 수정됐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니었다”며 “아마 해외에 파견되는 북한 전권대사들의 신임장도 최룡해의 이름으로 나가고 외국 대사들의 신임장도 최룡해가 받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북한 권력구조를 수정하는 헌법 개정이 있었던 것은 틀림이 없다”며 “최룡해가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직을 차지했다는 것은 국무위원회가 입법기관인 최고인민회의까지 지도하는 것으로 헌법이 수정됐지만, 국무위원장을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국가 수반’으로 명기하는 내용으로는 수정되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