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수습기자 =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60‧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자신의 후임이자 부하직원이었던 이민걸(58·17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전 행정처 기획조정실장)와 23일 법정에서 마주했다.
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임 전 차장에 대한 13차 공판에서 “일제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라는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나 언급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날 이 부장판사는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과 관련해 임 전 차장과 외교부 관계자를 만나러 가기 전 양 전 대법원장을 만난 경위에 대해 진술했다.
왼쪽 상단 첫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성창호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 [뉴스핌DB] |
그는 “임 전 차장이 ‘외교부에서 강제징용 사건 관련 의견서를 낼 단계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고 외교부 관계자를 만나러 간다’고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했다”고 회상했다.
다만 검찰 조사 당시 ‘2016년 9월 양 전 대법원장이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를 검토하는 부분에 대해 말했고 본인 임기 중에는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지금 생각해보면 전합 회부 추진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며 진술을 바꿨다.
그러면서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전합 회부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은 신중을 기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려 임기 중에 할 수 있을까 정도의 분위기였다”고 증언했다.
이 부장판사는 과거 법원행정처 직원이 외교부를 만난 것에 대해 잘못이라고 인정하면서, 법원행정처가 오만했기 때문에 잘못이 벌어졌다고 시인했다.
이 부장판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 관계자들과 비공식적으로 의견을 나눈 건 굉장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법원행정처가 오만하게 타성에 젖어 일을 하는 과정에서 이런 잘못이 발생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에 따르면 이민걸 전 기조실장은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임 전 차장, 이규진 전 상임위원 등과 공모해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 등 각종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달 5일 기소됐다.
또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소속 판사들을 탄압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국회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관련 정보를 담당 재판부에 문의, 해당 국회의원에게 전달하는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부장판사의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에 배당된 상태로, 첫 기일은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이 부장판사에 대해 6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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