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한진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오는 15일까지 동일인(총수)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최근 불거진 한진가(家) 삼남매의 경영권 분쟁 의혹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전날 공정위가 한진이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과 관련, 공정위에 공문을 보내 오는 15일까지 필요한 자료를 준비해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15일은 공정위가 동일인 지정을 예고한 날짜로, 자료 제출이 가능한 마지노선이다.
정확한 공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대한 시한 내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공정위는 한진이 지정일자까지 자료를 제출하도록 독려하되, 불가피한 경우 직권으로 동일인 지정을 추진할 수 있단 뜻도 분명히 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발인일인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서 조회장의 운구가 장지로 떠나기 전 유가족들이 고인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현민, 조현아, 김미영(며느리) 조원태. 2019.04.16 pangbin@newspim.com |
이로써 한진은 자료 제출이 늦어지고 있는 원인으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 등 한진가 삼남매의 경영권 다툼이 가장 힘을 얻고 있다. 일주일 가량 남은 시간에 조율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전날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발표일을 기존 10일에서 15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며 그 이유로 한진을 콕 집어 지목했다. 한진그룹이 기존 동일인이었던 조양호 전 회장의 별세 후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 '내부적으로 의사 합치를 이루지 못해' 신청서 제출이 늦어지고 있다고 소명했다고 덧붙였다. 단순 준비 부족 등으로 자료 제출이 지연된 것이 아니라 총수 지정을 두고 그룹 내부에 이견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 것.
당초 재계에서는 고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조원태 회장 중심으로 그룹 경영이 이뤄질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조원태 회장이 장남인데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 부사장은 현재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상태여서다.
특히 조양호 전 회장이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회사를 사이좋게 이끌어나가라"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이에 장례가 마무리 된지 불과 8일 만에 조원태 회장이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이 때만 해도 그가 후계자가 될 거란 데에는 일말의 의심도 나오지 않았다. 가족들이 장례 기간 조원태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뜻을 모았기에 빠른 회장 추대가 가능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예상 못했던 이유 '내부적으로 의사 합치 이루지 못해'
하지만 이번 공정위의 발표로 삼남매가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지분 확보에 나설 거란 예상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현재 세 사람의 한진칼 보유 지분은 조원태 사장 2.34%, 조현아 전 부사장 2.31%, 조현민 전 부사장 2.30% 등 거의 비슷하다. 자연스레 조양호 전 회장(17.84%)과 2대 주주 KCGI(14.98%)의 보유 지분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여전히 재계는 조원태 회장이 동일인에 지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이견을 좁히지 못해 공정위가 직권으로 동일인을 지정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조 회장이 총수에 지정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다.
앞서 공정위는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각 기업집단의 동일인에게 소속회사 개요, 특수관계인 현황 등 지정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동일인은 소속회사 범위 확정의 기준점이 되는 만큼, 지정에 있어 동일인이 누구인지는 기업집단 지정에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통상 동일인은 기업집단 범위 전체를 가장 잘 포괄하는 인물로 그룹에 직·간접 지배력을 행사하는 실질적인 총수를 의미한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측에서 제시한 인물의 직・간접 지분율, 경영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일인을 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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