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신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을까.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최근 한진칼의 지분을 추가 취득, 최대주주인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에 바짝 다가섰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총수) 지정 과정에서 노출된 가족 간의 갈등을 봉합하는 것도 조 회장의 숙제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발인일인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서 조회장의 운구가 장지로 떠나기 전 유가족들이 고인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현민, 조현아, 김미영(며느리) 조원태. 2019.04.16 pangbin@newspim.com |
30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한진칼 주총에서 패한 이후 두 달 가량 잠잠하던 KCGI는 최근 다시 공세를 퍼붓고 있다. '그룹 승계' 담당 조직을 신설하고, 한진칼 보유 지분을 늘리기 시작한 것.
KCGI는 지난 27일 신규사업부문으로 '승계 및 특수상황 부문'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기업 승계와 특수상황 등 주주와 기업, 경영자,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투자 기회를 추구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KCGI는 "경영권 승계와 상속 이슈는 물론, 계열분리와 주주간 변동, 무형의 가치 유지, 사업구조 및 지배구조의 재편과 조정 등 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투자기회를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국내의 글로벌 대기업에서부터 골목 가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영자의 공통적인 고민인 승계의 문제에 대한 시장의 해결방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재계는 KCGI의 '승계부문' 신설이 사실상 한진그룹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달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그룹 경영권이 조원태 회장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것. 특히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에 대한 상속 절차가 개시되면 KCGI가 최대 주주로 등극하게 되는 만큼, 직접적으로 경영권 승계 과정에 개입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또한 KCGI는 한진칼 주식을 추가 매입, 보유 지분을 기존 14.98%에서 15.98%로 늘렸다.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 9%를 사들이며 2대 주주에 오른 이후 6개월여 만에 지분을 7% 가량 추가 매입한 것이다. 이로써 최대 주주인 조양호 회장(17.84%)의 뒤를 바짝 쫓게 된 것은 물론, 조원태 회장(2.34%)과 조현아 전 부사장(2.31%), 조현민 전 부사장(2.30%)과는 격차를 더욱 벌렸다.
KCGI는 이번 추가 지분 확보로 지분율이 15%를 넘어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 대상에 오르게 됐다. 공정거래법 제12조에 따르면, 상장법인 발행주식 총수의 15% 이상을 소유할 경우 공정위에 기업결합신고를 하고 투자자를 공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KCGI의 자금 출처가 드러나게 될 수도 있다.
특히 KCGI는 최근 회계장부열람권을 사용, 한진칼에 회계 정보와 이사회 의사록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진칼은 해당 요청을 받아들여 관련 자료를 제공했다.
한진칼 관계자는 "지난주에 KCGI가 요청한 회계 정보와 이사회 회의록 등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기업결합신고를 앞둔 KCGI가 해당 자료를 통해 파악한 내용을 기반으로 향후 한진그룹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진그룹은 최근 KCGI의 행보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팀을 꾸려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일단 다음달 1~3일 예정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가 마무리된 후 조양호 회장의 지분 상속 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진칼 지분 구조 등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이번 IATA 서울 총회는 조원태 회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데뷔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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