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국회 공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여야 원내대표 간 '허니문'도 끝난 분위기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되며 ‘케미가 통할 수 있는 협상 파트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얘기가 상견례 자리에서 오갔지만 여야는 국회 정상화를 위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지난주부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누나가 아니라 나 선배라고 부른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입장차만 확인하고 끝난 호프회동 이후 깊어진 감정의 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20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호프집에서 '호프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2019.05.20 |
지난 8일 당선된 이 원내대표는 다음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예방해 “국민의 말씀을 잘 듣고 딱 그만큼 야당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진심으로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탐색 초반 두 원내대표는 시종일관 웃음꽃을 피웠다.
나 원내대표는 “우리가 국민을 모시는 국회가 되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며 공언하기도 했다. 63년생인 나 원내대표가 64년생 여당 대표를 협상상대로 맞아 대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됐다. 양측 원내대표는 당직을 맡기 전 인연을 거론하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협상초반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모처럼 여야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만났던 ‘호프회동’이 빈손으로 끝나며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은 답보 상태다. 한국당은 국회 등원을 위한 조건으로 패스트트랙 지정 철회와 여당의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예방,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05.09 yooksa@newspim.com |
◆‘나경원 비판’ 삼가던 이인영... “일방적 주장 어리석어”
취임 초반 이 원내대표는 대야 공세를 자제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나 원내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피하는 등 국회 정상화를 위해 협상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이 원내대표는 취임 이후 첫 원내회의에서 “낙인찍는 정치, 막말 정치는 나부터 삼가겠다”고 약속했다. 나 원내대표가 ‘달창’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는 “협상해야 하는데 (발언에 대한 반응을 보이는 게) 참 난처하다”며 즉답을 피하기도 했다.
이해찬 당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나 원내대표를 겨냥한 십자포화를 퍼부을 때도 이 원내대표는 말을 아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투트랙 전략’을 짰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 차원에선 한국당을 압박하고 원내에선 대화 창구를 열어놓겠다는 의미다.
이 원내대표의 반응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시점은 호프회동 이후이다. 그는 23일 당내 정책조정회의에서 한국당의 패스트트랙 사과 요구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 자신의 주장만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일”이라며 “일방적 역지사지는 현 시점에 가능하지도 않고 진실하지도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원내대표는 29일 확대간부회의에서도 발언 대부분을 자유한국당 비판에 할애하며 “국회 정상화에 과도한 전제조건을 철회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주어를 나 원내대표로 지목하진 않았지만, 자유한국당을 대표해 국회정상화 조건을 제시해온 나 원내대표를 향한 답변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한국당이) 민생을 위한답시고 막말과 폭로는 쏟아내면서 정작 민생입법 처리를 위한 진정성은 보이지 않는다”며 “이 원내대표도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영호 원내부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강효상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2019.05.29 kilroy023@newspim.com |
◆‘강효상vs서훈·양정철’ 공방 이어져... 6월 국회 언제 열리나
민주당으로서는 국회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당이 한 달 째 장외로 나가며 국회는 ‘올스톱’ 됐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뿐만 아니라 민생 법안 처리도 모두 발이 묶여 있다. 특히 상반기 내 추경집행을 계획한 여당으로서는 조속한 6월 임시국회 개회가 시급하다.
반면 한국당은 여야 4당이 합의한 패스트트랙 철회 등 무리한 요구를 지속하며 국회 등원을 미루고 있다. “아쉬울 것 없으니 맥없이 국회에 들어갈 수 없다”는 당내외 강경한 분위기가 장애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만남의 놓고 국회에서 정보위원회를 소집해야 한다는 ‘복귀 명분’도 있었지만 한국당이 거절한 배경도 이 때문이다.
올해 들어 국회 파행이 계속된 가운데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한미정상 통화 유출 사건, 서훈·양정철 회동을 두고 민주당과 한국당의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국회법상 자동으로 열리는 6월 국회마저 파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05.12 kilroy023@newspim.com |
다만 이인영·나경원 원내대표가 최근 물밑 접촉을 통해 국회 정상화를 위한 의지를 재확인한 만큼 극적으로 합의안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오는 6월 3일을 국회 정상화를 노린다”며 “한국당과도 내일까지는 임시국회 소집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변인은 이어 “(이를 위해) 내일까지 국회 소집을 요청하겠다”며 “지금 추세대로라면 3당 교섭단체가 잘 협의해 민생 국회를 열 수 있겠지만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여야4당이 국회를 열 수 있다는 플랜B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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