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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주치의가 본 스포츠 이야기] 내겐 김연아보다 위대한 ‘피겨 여왕’ 박소연

기사등록 : 2019-06-18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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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아들 딸처럼 어린 선수지만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국가대표 은퇴 선언을 하고 '태양의 서커스'라는 세계 공연 예술의 중심에서 제2의 피겨 인생을 여는 여자 피겨 박소연도 그런 선수 중 한 명이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 출전한 그는 ‘차세대 피겨퀸 김연아’ 중에서도 선두 주자였다. 그런데 2016년 발목을 다쳐 병원을 찾아왔다. 복숭아뼈가 골절된 아주 심한 부상이었다.

발목 치료는 휴식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겐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이 인생의 전부였다. 나이를 감안하면 그 다음 올림픽인 2022년을 기대할 수 없었다.

박소연의 연기 모습. [사진= 박소연 인스타그램]

치료는 험난했다. 치료 중간 중간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었다. 사력을 다해 치료를 하고, 그는 부상 재발을 감수하고 힘차게 빙판 위를 날아올랐다. 아프다고 울면서도, 대회 땐 점프를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질주했다.

아쉽게도 그는 너무나도 아까운 차이로 평창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박소연으로서는 피겨 인생 전부를 걸고 달려온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후 박소연에게 은퇴를 권유했다. 그는 김연아를 제외하고 한국 여자 피겨 선수 가운데 세계 선수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선수다. 그 정도면 선수에서 은퇴해도 충분히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 조언이었다.

그러나 박소연은 놀라운 회복 탄력성을 보여줬다. 일반인 같았으면 깊은 좌절에 빠지기 십상이었을텐데 박소연은 담담하게 “조금 더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박소연은 정말로 더 해냈다. 그는 2019 유니버시아드에 한국 대표로 출전했고, 2019 종합선수권에서는 후배들과 정정당당하게 겨뤄 국가대표에 복귀했다. 힘겨운 치료를 이겨내고 돌아온 그를 보고 몇몇 팬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피겨 인생을 올림픽 출전 좌절로 끝내지 않고, 국가대표팀의 맏언니라는 멋진 타이틀로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그는 제2의 피겨 인생을 시작한다.

박소연 선수는 ‘태양의 서커스’ 팀에 일원이 됐다. ‘태양의 서커스’는 전세계가 열광하는 문화 콘텐트다. 최고 중의 최고만이 나서는 무대에서 박소연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난 박소연이 너무도 자랑스럽다. 내가 치료한 선수가 월드컵에 출전한 것보다도 박소연이 다시 스케이트를 타고 은반 위를 누비고, 그가 세계 최고의 공연 예술의 중심에 서는 게 더 자랑스럽다.

이제 난 박소연에게 “너가 하고 싶은 만큼 맘껏하라”고 말한다. 그를 치료하면서 그가 얼마나 멘탈이 강한 선수인지 알게 됐기 때문이다.(선수 때는 시술할 수 없었던 각종 주사 치료도 앞으로는 마음껏 할 생각이다. 공연 예술은 도핑과 무관하니까 박소연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다.)

패배에 굴복하지 않고, 정직하게 자신과 맞선 박소연. 비록 올림픽 메달은 없지만 어떤 면에서 박소연은 이미 그가 늘 우상으로 여겼던 김연아를 넘어선 위대한 피겨 선수다. /김현철 하남 유나이티드병원장

 

박소현과 김현철 하남 유나이티드병원장.

히딩크 감독의 요청으로 선발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 제1호 상임 주치의. 2006년 월드컵도 동행했다. 지금은 하남 유나이티드병원을 ‘아시아 스포츠 재활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한 도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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