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 중앙은행과 싸우지 말라.’
글로벌 외환시장의 투기 세력들 사이에 회자되는 얘기다. 미국과 무역 전쟁을 빌미로 위안화 숏 베팅에 나섰다가 된서리를 맞은 뒤 얻은 결론이다.
한국 원화 지폐 [사진=블룸버그] |
하지만 정작 투자자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따로 있다. 이들 투기 세력들이 숏 베팅 전략의 대상으로 위안화 대신 한국 원화를 정조준하는 움직임이다.
24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6.87위안 선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등락을 보이고 있다.
지난 달 10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과 중국 경제 지표 악화에 달러/위안 환율이 상징적 저항선인 7위안을 뚫고 오를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예상이 빗나간 셈이다.
이 때문에 위안화 하락에 공격 베팅했던 투기 거래자들은 3조달러를 웃도는 외환보유액을 손에 쥔 중국 인민은행에 백기를 들었다.
미국과 무역 전면전에 따른 중국의 경제 충격을 트레이딩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원할 기회를 모색하는 투자자들이 찾아낸 대안은 한국 원화라고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실제로 연초 이후 위안화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보합권을 지켜낸 데 반해 원화는 같은 기간 4% 가까이 급락했다.
특히 지난달 양국의 무역 협상이 좌초 위기를 맞으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인상을 언급, 경제 냉전 리스크가 고조됐을 때 원화의 연초 이후 달러화 대비 낙폭은 7%에 달했다.
같은 시점 위안화의 낙폭이 1%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가볍게 여기기 어려운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WSJ은 공격적으로 위안화 방어에 나서는 중국 인민은행(BPOC)에 비해 한국은행이 투기 거래자들 사이에 쉬운 상대로 통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PBOC는 홍콩 역외시장에서 단기물 채권을 발행, 유동성 회전을 확대하는 한편 단기 금리를 상승시켜 외국인 투자자의 위안화 숏 베팅 비용을 끌어올렸다.
홍콩에서 오버나이트 위안화 대출 금리는 상하이에 비해 1.5%포인트 높은 상황.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 규모의 스프레드다.
투기 거래자들이 위안화에 대한 대안으로 원화를 겨냥하는 것은 두 개 통화가 거시 경제 리스크 속에 동조 현상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데다 양국 경제가 직접적으로 맞물려있기 때문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실제로 중국은 한국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며 수입의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중차대한 교역 상대국이다.
앞서 로이터도 원화가 이른바 G2(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희생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무역 협상이 난기류를 지속할 경우 달러/원 환율이 1250원까지 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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