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미술계에서 근현대 전시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단색화에 이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지 주목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물론 경매시장도 근대미술을 집중 조명하면서 정부 움직임에도 시선이 쏠린다.
◆미술관, 박물관 이어 옥션에서도 근대미술관 전시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오는 30일부터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근대미술가의 재발견1:절필시대’에서 전시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채색화가 정찬영과 백윤문, 월북화가 정종여 등 총 6명 작가의 작품 134점이 전시되며 파격적 형식의 근대 괘불 ‘의곡사 괘불도’가 박물관, 미술관 최초로 전시된다. 전시는 오는 30일에 개막하여 9월 15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2019.05.29 pangbin@newspim.com |
근대미술연구와 전시를 1998년부터 이어오는 국립현대미술관은 '다시 찾은 근대미술'전(1998), '한국근대미술: 근대를 보는 눈'전(1999)을 시작으로 '鄕 이인성 탄생 100주년 기념전'(2012) '거장 이쾌대, 해방의 대서사'(2015) '변월룡(1916~1990)'(2016) 등 한국 근대작가와 작품 소개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덕수궁관에서는 '근대미술가의 재발견1:절필시대'를 개최했다. 미술관은 정찬영, 백윤문, 정종여, 임군홍, 이규상, 정규까지 작가 6인을 선정해 이들이 절필할 수밖에 없던 사회적, 개인적 배경을 설명하고 작품 134점을 선보이고 있다. '근대미술가의 재발견'은 시리즈로 기획됐으며 3년 주기로 전시를 펼칠 예정이다. 미술관 관계자에 따르면 시점이 조금 더 앞당겨질 수는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작가별로 과거 기사 스크랩을 해놓은 것을 보여주는 김달진 관장 2019.06.20 89hklee@newspim.com |
서울시립미술관은 대한민국입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한국 근현대명화전 '근대의 꿈:꽃나무는 심어 놓고'를 7월 2일부터 9월 15일까지 북서울미술관에서 마련한다. 이번 전시는 구본웅, 김기창, 김환기, 나혜석, 유영국, 천경자를 비롯해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30여 명을 소개하는 자리다.
김달진미술연구소에서는 '反芻 반추상:1999-2004 작고미술인'전을 개최하고 있다. 박물관은 작고미술인을 회고하고 정리하는 목적으로 기획했으며 '작고미술인 반추' 시리즈로 운영될 예정이다. 전시에서 소개하는 인물들은 재조명해야 할 작가와 미술인들. 이들이 작고한 지 15~20년이 흐른 현재 별도의 회고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관련 자료가 유실될 우려가 있다. 김달진 관장은 "당대 작가들인이 잊히고 있다는 건 미술사에서도 손해다. 주목해야 할 작가와 미술계 인사를 이 시점에서 다시 살펴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옥션은 최근 152회 경매에서 '근대특별전'을 마련해 작가 이봉상, 김태, 손응성, 한묵, 이세득, 문신 등 6명을 재조명했다. 서울옥션 측은 "이들은 한국 근대미술의 거장인 이중섭, 박수근과 동시대 작가로 높은 작품성을 보여줬었음에도 조명받지 못한 저평가된 작가들"이라며 "한국 현대미술이 맥을 이어오기까지 근대미술의 역할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의 근대미술은 역동적 변화의 시기에 새로운 흐름을 겪은 작가들이 낳은 창작의 산물이란 점에서 더 눈여겨봐야 한다"고 밝혔다.
LOT. 28 이봉상, 정물, oil on canvas, 64.5☓53cm, signed ‘Pong Sang Ree’ on the upper right [사진=서울옥션] |
이어 "이 시기에 제작된 작품은 기존 전통미술의 바탕에서 서구의 미술양식이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작가들은 그 안에서 어떻게 정체성을 드러내며 작품활동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으므로 미술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향후 서울옥션 측은 기회가 되면 다양한 근대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 화랑계, 근대미술 부흥이 침체된 시장 살릴 수 있어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오는 30일부터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근대미술가의 재발견1:절필시대’에서 전시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채색화가 정찬영과 백윤문, 월북화가 정종여 등 총 6명 작가의 작품 134점이 전시되며 파격적 형식의 근대 괘불 ‘의곡사 괘불도’가 박물관, 미술관 최초로 전시된다. 전시는 오는 30일에 개막하여 9월 15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2019.05.29 pangbin@newspim.com |
지난해 한 차례 단색화 열풍에 화랑계는 새로운 기대감이 불어왔다. 김환기의 붉은색 전면점화가 지난해 5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85억원에 낙찰되며 김환기에 대한 담론화가 필요하다는 시선도 제기됐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민화'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으리란 희망도 싹텄다. 지난해 7월 현대갤러리에서 '민화, 현대를 만나다:조선시대 꽃그림'(화조전)을 큐레이팅한 경주대학교 정병모 교수는 "한국 현대미술의 패러다임을 바꿔줄 전시다. 민화는 앞으로 우리의 새로운 먹거리다. 현재 한국 현대미술은 파리, 뉴욕, 홍콩 등에서 크게 영향을 끼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화랑계는 근대미술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최근 최웅철 화랑협회 회장은 "최근 문체부 장관과 만나 근대미술 설립 방안을 요청했고 문체부도 이를 고무적으로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침체된 화랑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대안 중 하나가 근현대미술 작품의 거래라고 주장했다. 현재 화랑계 내부에도 거대 화랑과 소규모 화랑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이를 줄일 방안이란 거다. 최 회장은 "대규모 화랑의 수입은 전체의 80%다. 20%로 나머지 화랑이 먹고 사는 거다"며 "장기화되면 화랑 간 격차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컬렉터들은 한국 작가보다 해외 작가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주로 재테크에 목적을 둔 구입이다. 한국 신진 작가 작품 구매율도 올라가고 있는데, 이 역시 메이저 화랑 소속 작가일 경우로 한정된다. 최 회장은 "30년 전 한국 미술계 호황기에 다수의 화랑이 사들인 근대미술작품이 화랑계 수익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 거다. 30년 전 산 그림들이 현재 가격이 떨어지거나 그대로다. 이는 근대미술이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근대미술관이 활성화되면 근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근대미술 조명, 더이상 미룰 수 없어…현재가 적기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오는 30일부터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근대미술가의 재발견1:절필시대’에서 전시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채색화가 정찬영과 백윤문, 월북화가 정종여 등 총 6명 작가의 작품 134점이 전시되며 파격적 형식의 근대 괘불 ‘의곡사 괘불도’가 박물관, 미술관 최초로 전시된다. 전시는 오는 30일에 개막하여 9월 15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2019.05.29 pangbin@newspim.com |
근대미술에 대한 연구를 국립현대미술관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1998년이다. 20년 정도로 짧은 역사다. 현재까지 근대작가 개인전은 33명 정도. 김 학예사는 "내로라하는 작가들은 다 했다. 그러다보니 '근대미술 재발견' 시리즈는 덜 알려진 작가를 재조명하고 있다. 나름대로 심화하는 방향으로 근대작가를 조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근대 미술관에 대한 연구 역사가 짧은 이유는 학예직이 미술관이 설립된 이후 20년이 지나서야 생긴 시대적 배경과도 이어진다. 국립미술관은 1969년 과천에 설립됐지만 미술관 직원은 관장 포함 4명. 소장품도 하나 없었고, 미술 전문가도 없었다. 관장은 군출신이었으며 학예직도 없었다. 국립현대미술관 김인혜 학예연구사는 "외부 작가들과 비평가의 도움을 받아 운영했지만 초기에는 제대로된 미술관이라고 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제대로 미술에 대한 연구를 시작된 것은 1980년대 말, 이쯤 학예연구직이 생겼다. 1981년 이경성(1910~2009)이 관장으로 재직하면서다. 그는 미술평론가이면서 홍익대학교 교수를 재직한 미술계 인사였다. 김 학예연구사는 "이 전 관장은 근대를 산 사람이다. 근대를 잘 아는 관장이 미술관장이 된 첫 인사다. 이 관장의 영향으로 과천에서도 근대미술을 조명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그가 잘 아는 만큼 국제적인 미술시장에 발을 맞춰가려는 마음이 컸고 현대에 발맞춰 동시대에 세계 미술은 무엇이며 한국은 어떻게 가야하는가 초첨을 둬 현재 이름인 '국립현대미술관'이 붙여졌다"고 덧붙였다.
유영국, Work, 1967, 캔버스에 유채, 130x130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사진=서울시립미술관] |
근대미술의 시기는 주로 1900~1950년대 전후로 본다. 사실 시기를 엄밀하게 따지기도 힘든 부분이 있다. 김 학예연구사는 "작가로 생각하면 1920년대 초반까지다. 예를 들어 한묵 작가는 1910년 초반생이지만 100년을 살았고, 그의 후기 작품은 사실 근대미술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응노의 경우 1980년대 가 최고 절정기였으나 1913년생이며 근대 작가로 돼있다. 작품마다 유동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대적 측면에 대해서는 "18세기 말부터 한국전쟁 전후다. 1900년대 활동하려면 1870년대 생이어야 한다. 채용신, 오세찬부터다. 김환기, 이중섭, 유영국은 1910년대생인데 이들이 한국 근대 미술의 정점을 만들었다. 1920년대생은 근대에서 현대로 가는 시기다. 화풍은 1920년대생까지 보기도 하고 일제 강점기부터 활동하거나 한국전쟁부터 활동하는 세대까지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미술계 호황기였던 1970~1980년대 근대미술 작가의 작품가는 높았다. 그래서 국립현대미술관도 근대 작품 구매는 어려웠다. 당시 단색화 가격은 미술관이 소장하기에 충분했다. 김 학예사는 "당시에 단색화가들은 돈을 잘 못 벌 때였다. 작품 가격이 너무 쌌기 때문이다. 미술관은 단색화 작품을 많이 구입했고, 그래서 단색화 컬렉션이 좋다"고 귀띔했다.
이대원, 창변, 1956, 캔버스에 유채, 116x91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사진=서울시립미술관] |
김 학예사는 연구는 꾸준이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여러 면에서 근대미술은 어렵다. 접근이 어렵고 소장가들은 근대미술을 일찌감치 정리해왔던 게 아니라 자료가 많이 흩어져있다. 전시를 하나 하려면 50군데에서 빌려온다. 그래서 한 군데 모여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 학예사는 근대미술 전시 개최를 계기로 근대미술사를 정리하고 연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밝혔다. 그는 "전시가 없으면 작가를 정리해나가는 일이 힘들다. 작가, 작품 아카이브도 하고 작가의 제자들과 인터뷰도 하며 자료를 수집한다. 전시를 위해서 하지만 전시를 계기로 작가들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근대 작가 유족의 경우 이미 자녀대가 아니라 손자대로 넘어가는 시기더. 손자, 손녀만 있는 경우도 있고, 자녀 분이 연세가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사실상 연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