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엽 기자 =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에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업계는 "대비는 해 왔지만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및 시장에서는 버틸 수 있는 마지노선을 3개월로 보고 있다. 이는 현재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재고 등과 관련이 있다.
1일 일본 정부는 오는 4일부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포토레지스트(PR) 등 3가지 품목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 소재들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필수적인 재료들이다.
SK하이닉스가 10나노미터 중반의 미세공정 기술로 생산한 16Gb 용량의 'DDR5 D램'.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SK하이닉스] |
PR과 고순도 불화수소는 반도체 생산에,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ED) 패널 제조에 쓰이는 소재들이다. 품목별로 차이는 있지만 일본이 세계 시장의 70~9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규제 강화는 한국이 강점을 지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적 보복조치라는 판단이다.
이에 관련업계에서는 이전부터 보복조치의 조짐이 있었기 때문에 대비는 해왔지만 장기화될 경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말부터 일본이 규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고,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재고를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이번에 일본이 규제를 강화한 재료들의 경우 유통기한이 길지 않은 것들이어서 무작정 많이 준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업체들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략 3개월 정도는 보유중인 재고로 버틸 수 있을 전망이다. 다시 말해 3개월 이후에도 재료 수입에 차질이 생긴다면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생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일본산을 대체할 기술을 개발한다 해도 생산설비 등을 마련하기 위한 시간, 양산까지 걸리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문제를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업계에서는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특히 미국 기업들에게도 피해가 번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일본 기업들의 수출도 타격을 입는다는 점을 근거로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이 많다. 또 일부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가 메모리 반도체의 자연스러운 공급 조절로 이어져 반도체 시장의 회복을 이끌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경우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단기 생산 차질은 불가피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공급 과잉 국면으로, 이번 이슈로 인해 국내 제조사가 과잉 재고를 소진하고 생산 차질을 빌미로 가격 협상력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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