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이 이달 중순을 기점으로 추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이 자국 기업의 손해에도 불구하고 곧 있을 참의원 선거와 일본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보복조치를 단계별로 강화할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역시 한 번 거절했던 중재위 구성을 다시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고 보고있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둘러싼 한일 간 분쟁이 '경제 전쟁'으로 치닫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G20 정상 환영 및 기념촬영 식순 중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日 손해도 감수하고 보복…접입가경 치닫나
일본 정부는 지난 1일 디스플레이에 부품으로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리지스트, △고순도불화수소에 대한 수출 규제조치를 4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들 3개 품목은 그동안 한국 수출에 대해 절차 간소화 등 우대조치를 취해왔으나 앞으로는 계약건별로 수출허가를 얻어야한다. 허가신청부터 심사까지 90일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수출 규제 조치를 시작으로 일본이 단계별로 경제보복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집적회로 등 첨단소재의 한국 수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한국을 '백색 국가(수출허가 면제국)'에서 제외하는 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
수출 뿐만 아니라 출입국과 금융 분야까지 경제보복이 번질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일본을 찾는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엄격화하는 방안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일본 국회에서 우익을 중심으로 송금 규제와 입항 금지까지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같은 조치는 일본 기업과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조진구 경남대 교수는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등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하는 것을 일본 기업에서도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은 한국과 사업에서 흑자를 내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우리가 240억 이상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도쿄 지지통신=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7월 21일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열린 인터넷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일본 여야 당대표들. 2019.06.30 |
◆ 7월 21일 참의원 선거…성과 없는 외교정책 가린다
일본이 '자충수'라는 비난을 감수하고도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에 나선 것은 이달로 다가온 참의원 선거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은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아베 정부가 외교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일본 국민 다수가 반감을 가지고 있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대응을 키워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것.
지난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에 대한 성과가 크게 부각되지 못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남·북·미 회동을 하며 이슈를 가져가 버린 것도 일본 정부로서는 불편했을 것으로 외교가에선 보고있다.
아베가 내세웠던 외교 분야의 대형 공약인 쿠릴 4개 섬 반환이 성과를 내지 못한 점도 일본 정부로서 신경쓰이는 지점이다. 일본은 태평양 전쟁 후 러시아에 귀속된 북방 4개섬에 대한 반환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으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조 교수는 "G20과 공약 등에서 아베 정부의 외교적 실적이 드러나지 못했다"면서 "일본 국민들은 대법원 판결 이후에 한국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하는데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한국 정부가 청구권협정을 파기했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하는 조치가 정당하고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유가족들의 행진 모습. [서울=뉴스핌] |
◆오는 18일 중재위 답변시한…다시 고비
문제는 이같은 경제보복 조치가 얼마나 이어지고 또 강화될지다. 외교부는 일본의 조치에 대해 "양국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으나, 일본이 한 번 내린 조치를 쉽사리 철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오히려 이달 중순을 기점으로 또다른 보복조치가 추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오는 18일은 일본이 지난달 19일 우리 측에 요청한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 시한일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5월 20일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거해 제3국이 참여하는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청구권 협정에 따르면 중재위 구성 요청 후 30일 안에 양 국은 각 1명씩 중재위원을 선임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답변 시한인 지난달 18일까지 답변을 하지 않았고, 이에 일본 정부는 지난달 19일 다시 청구권 협정에 따라 제3국 정부를 통한 중재위 설치를 요청했다. 이에 대한 답변 시한이 이달 18일이다.
한국은 중재위 구성 요청에 답하지 않는 대신 지난 19일 한국과 일본 기업이 참여하는 기금을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일본은 약 1시간만에 즉각 거절했다.
조 교수는 "5월 20일부터 두 달의 기한 동안 한국이 중재위 구성 요청을 무시하고 무대응으로 일관한다면 그 뒤에는 또다른 조치가 나올 수 있다"며 "새로운 한국 정부의 안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되며, 거절했던 중재위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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