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국가 전복을 꿈꾼 사람이 법무부 장관이 될 수 있느냐"(8월 12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자랑스러워하지도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8월 14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핵심 논란은 이념 편향과 논문 표절, 위장전입과 사모펀드 투자 등이다. 이 중 이념 편향은 과거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에 조 후보자가 연루된 것에서 비롯된다.
조 후보자는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1년부터 1992년 사이, 무장봉기를 통한 체제 전복을 추구한 사노맹 산하 남한사회주의과학원 강령연구실장으로 활동했다. 이로 인해 당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을 받은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마련된 사무실 로비에서 입장을 발표 마치고 승강기를 타고 있다. 2019.08.09 leehs@newspim.com |
이후 1994년, 국제 엠네스티는 ‘불공정한 재판을 받았거나 가혹행위를 받은 정치범 및 양심수’에 사노맹 관련자들을 포함시켰고, 조 후보자 역시 국제 엠네스티에서 정한 ‘올해의 양심수’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1999년 김대중 정부에서 사면·복권됐다.
그럼에도 조 후보자의 ‘사노맹’ 연루 사건이 연일 입방아에 오르는 이유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이기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비롯한 헌법 가치를 지키는 책임자다. 민주공화국인 우리 국가체제를 지키고 자유민주 기본 질서를 유지하는 법률행위와 관련된 사무를 총괄한다.
논란에 대해 조 후보자는 "과거 독재 정권에 맞서고 경제민주화를 추구했던 나의 1991년 활동이 2019년에 소환됐다"며 "자랑스러워하지도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공안 검사 출신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국가 전복을 꿈꿨던 사람이 법무부 장관 될 수 있냐"며 날선 공세를 예고한 상태다.
◆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조국 연루된 '사노맹’ 사건은?
사노맹은 1989년 11월 12일, 서울대 학도호국단장 출신인 백태웅과 노동자 시인 박노해를 중심으로 결성됐다. △노태우 정권 타도 △민주주의 정권 수립 △사회주의적 제도로의 사회 변혁 △진보적인 노동자 정당 건설 등을 목표로 활동한 ‘자생적 비합법사회주의 전위조직’이다.
‘사노맹 사건’은 사노맹의 중앙상임위원 남진현 등 40여 명이 구속되고 150여 명이 수배된 사건이다. 이를 기획하고 주도한 부서는 당시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 전신)였다.
당시 안기부는 사노맹이 전국 단위로 50여개 노조와 40여개 대학의 1230여명 조직원을 거느린 조직이라고 발표했다. 안기부는 사노맹을 ‘사회주의 폭력혁명을 목표로 한 ’마르크스-레닌주의 조직‘으로 규정, 1991년 3월 10일 박노해 시인을 구속했다. 이어 1992년 4월 29일에는 백태웅을 필두로 중앙위원과 주요 간부 전원을 구속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을 받은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마련된 사무실 로비에서 입장을 발표 마치고 승강기를 타고 있다. 2019.08.09 leehs@newspim.com |
안기부의 이 같은 파상공세에도 사노맹은 공개적인 진보정당으로서 운동을 진행했다. 이에 안기부는 재건 혐의로 조직원에 대한 검거를 계속했고, 사노맹 사건으로 기소된 인원은 총 300여명에 이르렀다. 해방 이후 최대의 조직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사노맹의 수장격인 박노해 시인과 백태웅 교수는 각각 무기징역과 1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하다가 1998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또 사노맹 사건 관련자들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3월 1일자로 특별사면·복권 조치됐다.
이후 2008년에는 국무총리 산하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가 '민주 헌정질서 확립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박노해·백태웅 등 사노맹 핵심 간부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했다.
◆ 핵심은 ‘남한사회과학원'…조국은 사회주의 국가를 꿈꿨나
사노맹과 조 후보자의 관계에서 들여다봐야 하는 중요한 지점은 ‘남한사회과학원(사과원)’이다. 황교안 대표가 언급한 ‘국가전복을 꿈꿨다’는 표현이 뿌리를 두고 있는 지점도 사과원이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항소심상고심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사과원에 가입해 이적 표현물을 제작 판매하는 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인정됐다. 사과원은 1990년부터 1993년까지 사노맹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는 연구단체로 알려져 있다.
사과원에 대해 재판부는 "단순한 사회주의 이론에 관한 학술·연구단체가 아니라 반제·반독점민중민주주의혁명을 통한 노동자계급 주도의 사회주의 국가건설을 주장하는 정치적 단체로,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라고 판시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을 받은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마련된 사무실 로비에서 입장을 발표 마치고 승강기를 타고 있다. 2019.08.09 leehs@newspim.com |
조 후보자는 1990년 사노맹 핵심 인사들에게서 사과원 설립에 동참해줄 것을 권유받았지만 정식 가입은 고사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과원의 기관지 편집은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지 ‘우리사상’ 1호 편집과 발행을 맡았다.
그해 7월, 조 후보자들은 사과원 운영위원들로부터 강령연구실장 겸 운영위원을 맡아달라는 제의에 승낙했고, 우리사상 2호를 발간했다.
이 같은 그의 행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인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활동에 동조할 목적으로 구성된 남한사회과학원에 가입했다"고 했다.
조 후보자가 만든 우리사상 2호는 1991년 1월 2000부, 2월 3000부가 제작됐다. 이들은 사회주의 노동자 정당의 임무로 △노동자계급의 의식화 △노동자계급의 조직화, △노동자계급의 동맹세력의 획득 △혁명적 정치투쟁의 지도 △국제 사회주의 진영과의 연대 등을 제시했다.
◆ 맹공에 나선 野 vs 수호 나선 與
야당은 사노맹이 ‘국가 전복’을 목표로 한 단체이기 때문에, 사노맹 활동을 한 조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에 적합하지 않다고 공격하고 있다. 반면 여당에서는 이 같은 사노맹 공격은 색깔론과 마녀사냥이라고 맞서고 있다.
야당의 공세는 황교안 대표가 지난 1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전복을 꿈꿨던 사람이 법무부 장관이 될 수 있나. 무장 공비에 의한 사회주의 혁명 달성을 목표로 했던 사노맹 관련 사건으로 실형까지 선고받은 사람”이라고 규정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후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도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황 대표의 조국 후보자 발언을 공안검사 시각이라며 폄하하려는 시도가 있으나 황 대표의 발언은 아주 적절한 멘트였다”고 힘을 보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늘을 이기고 내일로 나아갑시다’ 대국민 담화 발표를 하고 있다. 2019.08.14 leehs@newspim.com |
바른미래당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5일 페이스북에 “사노맹이 ‘경제민주화’ 운동을 벌였다니… 사노맹이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인가”라는 글을 게재했다.
오 원내대표는 이어 “사노맹 출신 인사들이 자신들이 벌였던 계급혁명 추쟁을 반독재 운동의 아름다운 추억쯤으로 포장하고 미화하는 것은 비양심적인 자기 부정”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사노맹의 문제는 용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착오와 비상식적 사고 체계에 있다”며 “비상식적 사람들이 권좌에 앉으면 국민이 고통스럽고 피곤하다는 것을 지난날 충분히 학습했다”며 지난 정권의 과오를 반복하지 말라는 의미의 글을 적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도 같은날 페이스북에 “조국 사노맹 활동 비판의 핵심은 색깔론이 아니라 위선론”이라고 비난했다. 그도 서울대 재학시절 국보법으로 기소돼 실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하 최고위원은 “조국은 사노맹 전력이 논란이 되자 ‘독재 정권에 맞서고 경제민주화를 추구했다’고 말했다. 순간 자신이 참여했던 사노맹과 참여연대 활동 시기를 착각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참 비겁하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20대 뜨거운 심장을 가졌던 시기 세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잘못된 길을 갈 수도 있다. 이것이 정치인이나 공직자의 결격 사유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과거 활동을 대한민국 전복이 아니라 경제민주화 활동으로 포장하는 건 국민과 자기 자신에 대한 기만행위로 공직자에게 위선은 중대한 결격 사유”라고 주장했다.
[성남=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은수미 성남시장이 13일 오후 성남시 중원구 성남시청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08.13 kilroy023@newspim.com |
여당은 조 후보자를 적극 엄호하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벌써 정상적인 검증 대신 몰이성적 색깔론을 들이대고 인사청문회 보이콧 주장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며 “공안검사의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라”고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박주민 최고위원도 “조 후보자에 대해 황교안 대표가 사노맹과 관련한 낡은 색깔론 카드를 꺼내 든 것을 보면 ‘어느 시대에 살고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사노맹 가입 여부를 떠나 사노맹 활동을 한 사람들은 MB(이명박 전 대통령) 때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았는데 다시 문제제기하는 것은 누워서 침뱉기”라며 조 후보자를 엄호했다.
조 후보자와 사노맹 활동을 했던 은수미 성남시장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조국은 안된다는 야당 정치인에 묻는다. 당신은 왜 그때 독재와 인권 유린, 다시 떠올리기 힘든 죽음과 같은 고통에 저항하지 않았나”라며 황 대표의 주장에 반박했다.
은 시장은 “저항을 한 조국은 안되고 가만히 있거나 동조한 당신은 된다고 생각하면 부끄러움도 염치도 없는 것”이라며 “사노맹과 연관된 모든 사람은 담담히 대가를 치뤘다. 왜 온갖 대가를 다 치른 사람들이 이 무례함을 견뎌야 하느냐”고 일갈했다.
조 후보자는 사노맹 논란 등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과 논란을 청문회에서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jellyfi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