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주은 기자 =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길어지면서 타깃이 된 브랜드의 판매 채널이 속속 줄어들고 있다. 불매운동이 장기화될 경우 매장 줄폐점에서 나아가 일부 브랜드의 경우 한국 시장 정리 수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제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 거부감이 생각했던 이상”이라며 “가능성이 적지만 일본과의 관계가 잘 정리된다고 해도 불매운동 여파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불매운동이 짧아도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며, “장기화되면 브랜드 운영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국내에서 매장을 187개까지 늘린 유니클로가 최근 한 달 새 3개 매장 폐점 소식을 알렸다. 혐한 발언으로 논란이 된 DHC의 경우 국내에서 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에 놓였다.
◆ 유니클로 3개 매장 폐점.. 불매운동 타격 사례도 나올 듯
우선 유니클로는 구로점, 월계점, 종로3가점 순서로 폐점한다. AK플라자 구로 본점에 입점 중인 유니클로 구로점은 이달 31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한다. AK플라자 폐점에 따른 것이다. 이마트 월계점에 입점한 유니클로 월계점은 다음 달 15일까지, 종로점 매장은 10월까지 영업한다. 이들 매장의 이전 계획은 없다는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 유니클로 매장은 △2014년 139개 △2015년 165개 △2016년 179개 △2017년 181개 △2018년 187개로 계속 증가 추세였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최종 결정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유니클로 매장이 임대 간판을 건 채 문이 닫혀 있다. [사진=뉴스핌] |
회사 측은 이들 3개 매장 폐점은 불매운동이 본격화되기 전인 6월에 결정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불매운동과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는 뜻이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개점 및 폐점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며 “최근 사회문제(불매운동) 때문에 폐점이 더욱 부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니클로 측은 이들 폐점한 지역에서 새로운 점포를 임대하거나 리뉴얼 이후 같은 장소에서 다시 점포를 연다는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본사 혐한 방송에 브랜드 퇴출 위기 몰린 DHC
국내에서 연간 약 1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던 DHC는 브랜드 퇴출 위기에 놓였다. 일본 본사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이 잇단 혐한 발언을 내놓으면서도 사과는커녕 소신 발언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올리브영·랄라블라·롭스 등 국내 헬스&뷰티(H&B) 스토어는 DHC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거나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상품을 배치했다. 롯데닷컴과 SSG닷컴 등 온라인몰도 제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쿠팡은 로켓배송에서, 11번가 등 오픈마켓에서도 DHC 상품 검색이 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현재 온라인에서 제품 구매가 가능한 곳은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사이트와 자사 홈페이지 등이지만, 판매채널이 대폭 쪼그라든 만큼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구나 불과 한 달 반 만에 들불처럼 불붙은 일본산 불매운동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본이 경제보복을 철회하더라도 불매운동을 계속하겠다'는 응답이 4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매운동이 장기화될 기미를 보이면서 유니클로 등 일본 브랜드의 매장 축소·철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불매운동이 한 달 이상 지속됐는데 상황이 수습되기는커녕 정교해지고, 보다 강하게 확산하고 있다”며 “매장 임차료, 운영 등 인건비는 물론이고 불매로 인한 재고까지 떠 안아야 해 매장을 운영하면 할수록 손해가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비자 불매운동이 폐점으로 이어진 사례는 앞서 쇼핑몰 임블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블리는 한때 신제품을 내놓기가 무섭게 완판되는 등 인기를 누린 브랜드다. 하지만 최근 제품불만, 고객응대 등 문제로 상당수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 상태다. 이 영향으로 온·오프라인 면세점에서 블리블리 화장품이 퇴출 수순을 밟았으며, 최근에는 의류 제품도 백화점 매장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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