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금융산업의 심장부인 월가가 경기 침체 리스크에 홍역을 치르는 가운데 해당 지역의 아파트 시장도 한파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매물이 새 주인을 만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한편 매매 가격이 매도호가에 미달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건물 신축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수급 불균형과 함께 주식시장의 패닉과 널뛰기가 맨해튼 금융 지구의 부동산 시장까지 강타했다는 분석이다.
맨해튼의 노른자위 부동산 시장 [사진=블룸버그] |
19일(현지시각) 부동산 시장 조사 업체 코코란 그룹에 따르면 월가를 중심으로 지난 2분기 기존 아파트의 매매 가격이 전년 동기에 비해 11% 급락했다.
기존 아파트 가운데 평당 피트 당 1600달러 이상에 거래가 체결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는 2013년 이후 처음 발생한 일이다.
신축 건물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같은 기간 평균 가격이 46% 폭락한 것. 2분기 맨해튼 금융 지구의 아파트 재고 물량은 24% 급증했다.
이와 별도로 부동산 중개 및 조사 업체 스트리트 이지에 따르면 지난 5~6월 월가의 아파트가 매물로 나온 뒤 거래 체결까지 걸린 기간이 맨해튼과 인접한 롱아일랜드 시티와 브룩클린에 비해 길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축된 글래스 타워를 포함해 고급 아파트가 월가 전반에 새롭게 공급되면서 기존 아파트의 매매가 더욱 어려워졌고, 이 때문에 상당 물량이 오피스로 전환되는 실정이다.
워버그 리얼티의 스티븐 고틀리엡 브로커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맨해튼 금융권의 아파트 매입을 원하는 이들은 이미 대부분 거래를 체결했다”며 “공급 물량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를 소화할 만한 수요가 뒷받침될 것인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코어의 가렛 더데리언 브로커 역시 “잠재 매수자들이 공급 과잉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며 “때문에 공격적인 협상을 벌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수급 불균형 이외에 경기 침체 리스크로 인한 주가 폭락이 투자 심리를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전쟁으로 인해 중국을 포함한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 열기가 한풀 꺾인 것도 해당 지역의 부동산 시장에 타격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일부 금융업체들이 월가에서 뉴욕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해당 지역의 아파트 수요에 흠집을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건축한 지 15~20년 된 기존 아파트 건물의 리모델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 때문에 신축 아파트 대비 기존 건물의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편 이날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중국과 독일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1% 내외로 상승했다. 하지만 22일 개막하는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적극적인 금리인하 의지를 내비치지 않을 경우 또 한 차례 충격이 발생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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