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S·DLF) 대규모 손실 사태가 9년째 잠자고 있던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을 소환할 수 있을까. 금융당국 수장들이 한목소리로 법 통과 필요성을 강조하고, 국회 내에서도 긍정적인 의견이 모아지면서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전일 공개석상에서 잇따라 금소법 제정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최 금융위원장은 전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소법이 제정됐다면 이번 사태(DLS·DLF)에 대처하는 데도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있다"고 언급했다. 윤 금감원장도 오후 기자들과 만나 "적극적으로 (금소법) 입법이 추진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금융소비자법은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지난 2011년 18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돼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지금까지 총 14개의 제정안이 발의됐으나 이중 9건이 기한 만료로 폐기되고, 정부안을 비롯해 5건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이중 정부안은 △위법계약 해지 △중도상환수수료 부과 제한 △징벌적 과징금(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금융소비자 재산상황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 구매권유 금지,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구매하려는 상품이 재산상황에 적정하지 않을시 고지, 광고규제 등 6대 판매행위 위반) 등이 담겼다. 금융사의 금융상품 판매행위 규제를 강화해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 '금소법'이 재주목받는 것은 DLS·DLF 사태 때문. 국내 금융회사에서 판매한 독일·영국 금리연계 DLS·DLF의 예상 손실액이 급증하면서 불완전판매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의 DLS·DLF 판매잔액은 총 8224억원이며, 우리은행(4012억원), KEB하나은행(3876억원) 등 은행이 비중이 압도적이다. 특히 고령 투자자의 비중도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져 불완전판매 의혹이 짙어졌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금소법은 필요성에 대해 대부분 동의했음에도 긴급 현안에 밀려왔다"며 "하지만 점차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데다, 이번 DLS·DLF 사태가 터지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 본다"고 내다봤다.
여야 반응 또한 대부분 긍정적이다. 구체적인 시기가 확정되진 않았으나 국회 정무위원회는 인사청문회를 마무리한 뒤 법안소위를 열 예정이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관계자는 "개별사안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순 있지만, 방향에 대해선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이전에도 앞선 순위(상위 20개)에 포함해 논의를 하려고 했지만 예상보다 길어져 못했다"며 "인사청문회 이후 법안소위에서 금소법이 최대한 논의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야당 간사인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실의 관계자도 "금소법에 대한 논의는 그 동안에도 빨리하자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취지에 대해 이견이 있는 사람은 없고, 저희 역시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 일반은행검사국은 23일부터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원인 규명을 위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우리은행의 판매잔액이 가장 많은 데다, 피해규모도 가장 클 것으로 예상돼서다. 또 같은 날에는 DLS·DLF 투자 피해자들을 위한 '파생상품 피해구제 특별대책위원회'를 발족한 키코 공대위 측도 우리은행을 DLS 사기 판매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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