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다영 기자 =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뇌물 액수를 추가로 인정하면서 추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 최순실 씨(오른쪽) [뉴스핌DB] |
대법원은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씨에 건넨 말 3마리에 대해 원심과 같이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 사건을 다시 심판해야 된다고 보고 이 사안을 2심 법원에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로 검찰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수사는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의 판단이 이 부회장의 승계 과정에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연루됐다는 검찰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최소 비용으로 삼성 계열사들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이재용의 지배권을 강화할 목적으로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 승계 작업을 진행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2심에서는 재판부가 삼성 경영권 승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를 설립했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당시 에피스 지분 91.2%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져 지배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는 상장을 앞둔 2015년 말 에피스를 종속회사(단독지배)에서 관계회사(공동지배)로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했다. 기업가치는 장부가액(2905억원)에서 공정가액(4조8806억원)으로 평가받았다.
이 같은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방식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맞물리면서 분식회계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높여 삼성물산과 합병하면,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을 더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의 고평가로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유리하게 만들었다는 논리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추후 분식회계 수사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대법원 판결 후 삼성전자는 "우려가 현실이 됐지만 흔들림 없이 위기 대응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그러나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당분간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기는 어렵게 됐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인 법무법인 태평양 이인재 대표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금품 지원에 대하여 뇌물 공여죄를 인정한 것은 다소 아쉽다고 판단된다"면서 "그럼에도 형이 가장 무거운 재산국외도피죄와 뇌물 액수가 가장 큰 재단 관련 뇌물죄에 대해 무죄를 확정은 의미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법원이 삼성은 어떠한 특혜를 취득하지도 않았음을 인정했다"면서 "마필 자체를 뇌물로 인정한 것은 이미 원심에서도 마필의 무상 사용을 뇌물로 인정했기 때문에 사안의 본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개 의견이 있었음을 상기해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대법원 판결이 전해진 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전일 대비 750원(1.70%) 하락한 4만3400원에 거래를 마친 것을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4.89%), 삼성물산(-4.05%), 삼성SDS(-2.81%), 삼성생명(-0.75%) 등이 모두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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