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서자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돈다. 사업 시너지보단 재무구조 불안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에 실적 추정치도 낮아지고 있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의 올해 3~4분기 실적 전망치는 인수전 참여를 발표하기 전인 2개월 전보다 크게 낮아졌다.
올해 3분기 매출 전망치는 9198억원으로 지난 7월 전망치(9699억원)보다 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913억원으로 지난 7월 전망치(1013억원)보다 약 10% 빠졌다. 전년대비로는 각각 2.10%, 23.18% 감소한 수치다.
올해 4분기 실적 전망치도 하향됐다. 매출은 9762억원으로 지난 7월 전망치(1조106억원)보다 3.40%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20억원으로 지난 7월 전망치(923억원)보다 0.33% 감소했다.
건설사 중 드물게 두자릿수였던 영업이익률(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의 비율)도 한자릿수로 떨어질 전망이다. 현대산업개발의 영업이익률 전망치는 올해 3분기 9.92%에 이어 4분기 9.42%로 하락한다. 지난 2분기 12.8%에서 2%포인트(p) 이상 하락한 것.
업계에서 현대산업개발의 실적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회사의 사업다각화와 방향성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실적변동성이 높고 재무구조가 좋지 않아 사업다각화의 목적인 '실적 안정성'과 거리가 멀다는 것.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6월 말 기준 부채비율(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 659.5%다. 부채가 자기자본의 6.5배가 넘는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649.3%에서 10.2%p 상승한 수치다.
아시아나항공의 순차입금비율(순차입금이 총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375.7%로 작년 말 271.3%에서 104.4% 상승했다. 지난 상반기 영업손실은 1169억원, 당기순손실은 2916억원이었다. 세후영업이익을 포함한 총현금흐름(FCF)은 (-)897억원으로 집계됐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은 운송업 특성상 실적 변동성이 높고 회사가 추구해온 개발사업과 연관성이 낮다"며 "아시아나항공과 HDC신라면세점의 사업 시너지가 날 수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높은 부채, 불안정한 현금흐름을 만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산업개발의 기존 주력사업인 주택·개발 분야는 항공운수업과 연관성이 낮다"며 "특히 현대산업개발의 주력부문인 주택사업 업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아시아나 항공 인수를 추진하는 동안 주가수익률이 계속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항공업계 자체가 영업실적이 저하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항공시장 성장을 이끌어온 아웃바운드(출국) 여객 수요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 국제여객 수송량은 지난 5년간 평균 40%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지난 상반기에는 15%로 크게 꺾였다.
비용 증가 및 환율 상승 문제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조업비 부담이 증가한 데다 원화가치 하락으로 정비비, 유류비를 비롯한 외화결제 비용의 실질 부담이 커졌다.
한일 외교갈등에 따른 일본 관광 감소도 대형 악재다. 지난 8월(1일~27일 기준) 일본 주요노선 아웃바운드(출국) 탑승객은 전년 동기대비 약 25% 감소했다. 일본 노선은 국내 항공사의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국내 항공사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신용등급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박소영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수석애널리스트는 "항공업계에서는 국내 경기부진 및 환율 상승에 따른 여행수요 성장세 둔화, 한일 외교갈등에 따른 일본 노선 부진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은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확정된다면 회사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낮출지 여부를 추가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3개월간 HDC현대산업개발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금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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