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소위 ‘와타나베 부인’이 지구촌 외환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명칭과 달리 30~50대 남성 직장인을 중심으로 한 일본 개미 투자자들이 저금리 여건 속에 자산을 불리기 위해 퇴근 후 글로벌 외환시장으로 잰걸음이다.
터키 리라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른바 고수익률 통화에 베팅하기 위한 것.
월가의 공룡 투자은행(IB)에 비해 이들의 투자 금액이 제한적이지만 외환 거래 인구가 급증하면서 환시를 뒤흔드는 것은 물론이고 신흥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1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개미 투자자들의 외환 거래 계좌가 80만건에 달했다. 이는 10년 사이 두 배 늘어난 수치다.
장기간 이어진 제로 금리에 이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강행, 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전면 차단되자 이른바 고수익률 통화에 공격 베팅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한계 수위에 이른 일본의 재정적자 때문에 엔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역시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글로벌 외환시장의 1일 거래 규모가 최근 6조6000억달러로 불어난 데는 일본 개미들의 활약이 일조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들의 베팅이 집중된 곳은 터키 리라화와 멕시코 페소화, 남아공 랜드화 등 고수익률을 제공하는 신흥국 통화다.
마진 거래를 통해 엔화를 매도하고 이들 통화를 매입하는 전략이 일본 개미들 사이에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
44세의 개미 투자자 다카기 야스시 씨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기피하는 신흥국 통화를 일본 트레이더들이 대규모로 사들이고 있다”며 “이들의 환시 영향력이 작지 않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를 포함해 신흥국의 경제적, 정치적 악재가 불거지면서 해당 통화가 하락할 때 일본 개미들은 역발상 투자 전략으로 대응하는 움직임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전했다.
이 때문에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환율을 움직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개미들의 베팅이 적중하지 않을 경우 레버리지를 동원한 거래의 특성 상 커다란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들 세력은 외환시장에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지난 1월 초 달러/엔 환율이 폭락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 리라화를 포함한 고수익률 통화에 대한 엔화 거래 규모가 급증했다.
글로벌 환시에서 엔화 거래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점을 감안할 때 고수익률 베팅의 극심한 쏠림 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이날 일본 지지통신은 일본은행(BOJ)이 추가 통화완화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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