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모든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내리는 추세인 가운데 카카오뱅크는 대출상품 금리를 올렸다. 이는 지난해 4월 유상증자를 통해 끌어올린 BIS자기자본비율(자기자본/위험가중자산)이 급락했기 때문. 대주주 변경이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유상증자가 예상보다 늦어지자 일단 대출 속도를 조절키로 한 것이다.
[CI=카카오뱅크] |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19일자로 모든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를 0.15%포인트에서 0.3%포인트 인상했다.
상품별 금리 인상폭은 최저금리 기준으로 △마이너스 통장대출 0.15%포인트(변경 후 연금리 2.98%) △신용대출 0.2%포인트(2.78%) △중신용대출 0.3%포인트(4.07%) △사잇돌대출 0.18%포인트(4.2%) △개인사업자 사잇돌대출 0.25%포인트(3.39%) △비상금대출 0.25%포인트(3.46%)다.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낮춰온 추세와는 대비되는 전략이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7월 시중은행 5곳(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의 평균 신용대출 금리는 올 1월보다 최소 0.17%포인트, 최대 0.95%포인트 하락했다. 사정은 카카오뱅크(인하폭 0.72%포인트)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가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은 BIS비율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올 6월말 BIS비율이 11.74%로 전년보다 5.11%포인트 떨어졌다. 19개 국내은행 중 케이뱅크(10.62%)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전체 은행의 평균 BIS비율인 15.34%보다도 3% 넘게 밑돈다.
BIS비율은 자본이 충분하지 않은데, 대출은 빠른 속도로 늘면서 떨어졌다. 올 6월 말 카카오뱅크의 대출금이 11조3276억원으로 전년대비 66.4% 급증한 반면, 자기자본은 1조1253억원으로 불과 2% 늘어난 것. 대출이 늘어나면 위험가중자산이 늘어 BIS비율이 떨어질 소지가 크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자기자본을 확충해 BIS비율을 올려야했다. 금융당국이 은행에 권고하는 BIS비율 적정 수준은 13% 이상. 하지만 유상증자가 대주주 변경 작업 등으로 늦어지자 임시방편으로 대출금리 인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7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최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은 뒤, 카카오 지분은 18%에서 34%로, 한국투자금융지주는 50%에서 34%-1주로 변경키로 했다. 다만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카카오 지분 처리방안을 찾지못해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 승인 후 최대주주 변경에 주어진 기간은 6개월이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는 자회사의 지분 50% 이상 혹은 5% 이내로 보유해야 한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 지분 5%만 남기고 나머진 계열사에 매각하면 되지만, 주요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이 과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것이 발목을 잡았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올 하반기 주주 대상 유상증자를 실시할 것이나 현재로선 시기, 대상, 규모 등 구체적인 사안이 결정되진 않았다"며 "이번 대출금리 인상은 유증 전까지 대출속도를 조절해 BIS비율을 관리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2017년, 2018년 카카오뱅크의 증자 규모는 각각 50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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