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많은 분들께 심려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굳은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그는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과 인사만 한 후 별다른 말 없이 재판장으로 들어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5일 서울 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을 위해 출석했다. [사진=심지혜 기자] |
25일 오전 10시10분, 서울고등법원에서는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 열린다.
이 부회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2월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이후 627일 만이다. 지난 8월 29일 대법원이 이 부회장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내면서 이 부회장은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말 3필과 지원금을 뇌물로 볼 수 없다'는 2심 판단을 깼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본 것이다.
쟁점은 재판부에서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돌려보낸 뇌물액을 어떻게 인정하느냐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재수감 여부가 결정된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 등이 경영 승계 작업 일환으로 최 씨 딸 정유라씨에게 제공한 말 3마리 구입액 34억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원을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이렇게 되면 이 부회장 등 삼성이 제공한 뇌물 액수는 2심이 판단한 36억원에서 86억원으로 늘어난다.
이 부회장이 최 씨 측에 건넨 자금이 회삿돈이기 때문에 횡령으로 판단되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액이 50억원이 넘어 5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
다만 50억원가량이 추가 뇌물로 인정되더라도 최 씨 측에 건넨 돈의 성격에 따라 감경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뇌물을 강요당한 것으로 재판부가 인정할 경우 형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대법원은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판결이 이 부회장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대법원은 신 회장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묵시적 청탁에 대한 대가성 뇌물 70억원을 인정했지만 박 전 대통령 측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답한 '소극적 뇌물'이라는 점을 참작한 것이다.
이 부회장 또한 이러한 점이 고려된다면 유·무죄 판단 이후 재판부 재량으로 형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작량감경'으로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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