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전직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직원이 중국 당국에 의해 지난 8월 수용소서 구금되고 고문받았다는 증언이 나오자 영국의 도미닉 랍 외무장관이 자신을 초치한 것이 맞다고 류샤오밍(刘晓明) 주영 중국 대사가 확인했다.
당시 만남에서 류 장관은 라브 장관에게 전직 영사관 직원의 구금은 "행정구류 처분"이라고 설명했고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홍콩 시위의) 범죄 행위를 용납하지 말라"고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 샤오밍 영국 주재 중국 대사 . [사진=로이터 뉴스핌] |
20일(현지시간) 오후 미 경제 매체 CNBC가 영국 주재 중국 대사관 대변인으로부터 받은 이메일 성명에 따르면 류 대사는 지난 19일 라브 장관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대변인은 "류 대사가 사이먼 청이 15일간 행정 구류 처분 된 것이라고 알렸다"며 그가 중국의 치안관리처리법을 위반했다고 알렸다.
당시 류 대사는 영국 정부의 "홍콩 관련 지속적이고 잘못된 발언"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며 "홍콩 상황의 본질은 일부 서방 정치인과 언론이 주장하는 이른바 민주주의나 자유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명에서 대변인은 홍콩의 반정부 시위자들이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했으며 '일국양제'(一國兩制·하나의 국가, 두 개의 체재)라는 원칙적인 하한선에 도전했다"고 주장했다.
또, "류 대사는 영국 측이 홍콩 현 상황을 명확히 이해하고,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범죄의 용납을 즉각 중단하는 것은 물론 홍콩 문제에 대한 어떤 형태의 간섭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앞서 라브 장관은 20일 성명을 내고 전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직원 사이먼 청 씨(28)에 대한 중국의 고문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류 대사를 초치했다고 밝혔다. 라브 장관은 자신이 중국의 청씨에 대한 "잔인하고 수치스러운 대우에 분노"를 표했다고 밝혔다.
청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8월 중국 당국으로부터 구금되고 고문당했다는 증언을 올렸다. 그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그는 영국 총영사관에서 재직하던 때인 지난 8월 8일, 중국 선전에 출장을 갔다가 거주지인 홍콩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밀경찰(공안)에 체포됐다.
청씨는 15일 동안 홍콩 시위와 관련 취조를 받았고 강도 높은 고문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공안은 영국 정부가 홍콩 시위를 조장했고 일부 폭력 시위를 주최했으며 시위대에 자금과 물자를 대줬다는 자백을 그로부터 받아내려고 압박했다고 했다.
공안은 청씨와 그의 친구들이 시위에 가담한 적이 있는지 여부도 물었다. 이밖에 영국 총영사관 동료 직원들 중에 영국 정보당국이나 군에 근무한 이력이 있는 직원이 있냐고 취조했고 고문에 지친 그는 한명의 이름을 댔다고도 했다.
WSJ는 청씨 증언의 진위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중국 당국에 구금됐다고 한 이전 증언과 비교했을 때 유사점이 있다고 보도했다.
청씨는 수용소에서 풀려나기 전 공안들로부터 성범죄 혐의를 인정한다는 내용의 서류에 서명을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혐의를 인정한다는 자백 영상도 촬영했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이같이 자주 수용자들에게 허위 성범죄 혐의를 씌워 수치심을 주고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취조 사실을 믿지 못하게 만든다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