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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정부, 'BNO여권 소지 홍콩인 시민권 부여' 청원에 골머리

기사등록 : 2019-11-2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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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영국 해외시민(BNO) 여권을 소지하고 있는 홍콩인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청원 목소리가 높아지자 영국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22일(현지시간)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영국의 상원의원 8명은 전날 보리스 존슨 총리에 서한을 보내, "BNO 여권은 역사적 오류"라며 "다른 식민지와 다르게 영국은 홍콩 사람들에 대한 (영국) 거주권을 그들과 상의없이 전면 폐지했다. (거주권을 박탈당한) 이들 중에는 영국 군에서 싸우고 경찰에서 근무한 이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반정부 시위대가 홍콩 주재 영국 영사관 앞에서 영국 국기 유니언잭을 흔들며 시위를 펼치고 있다. 2019.10.23 [사진=로이터 뉴스핌]

이어 "우리는 너무 늦기 전에 당신이 대담히 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며 "BNO 여권 소지자들의 권리를 향상하는 것은 역사적 오류를 바로 잡을 뿐아니라 지금 같이 매우 민감한 시기에 홍콩에 있는 영국 국민들을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BNO 여권은 영국 식민지 시절 본토가 아닌 영국령 시민들에게 발급됐던 여권으로, 홍콩의 경우 1997년 영국의 홍콩 반환 이전에 발급됐다. 

2015년 영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BNO 여권 소지 홍콩인들은 약 340만명이다. 물론 1997년 이후 출생자들은 해당 여권을 발급받을 수 없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6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영국에서는 옛 식민 홍콩인들에게 영국에서 거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20일 영국 정부 국민청원 웹사이트에 올라온 'BNO 여권 소지 시민들에 대한 완전한 시민권 보장' 청원은 10만명이 넘는 지지를 받았다.

청원 내용에는 "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 사람들은 영국인이다. 따라서, 영국 정부가 이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것을 거부하거나 피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중국 정부는 1981년에 서명된 홍콩반환협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 홍콩인들은 정치적 난민이 될 것이다. 그들에게 살 곳을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썼다. 국민청원글은 개시 이래 60일 후면 투표가 종료돼 해당 청원은 지난 20일로 폐쇄됐다. 

10만명 청원은 적은 숫자가 아니다. 영국 정부는 국민청원 지지가 1만명이 넘으면 답변을 해야 한다. 

문제는 영국 정부가 중국과 더이상의 관계 악화를 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은 한 차례 중국의 홍콩 시위 강경 진압을 규탄하고 홍콩반환협정을 온전히 지켜달라고 요청했지만 중국은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했다.

또, 지난 8월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직원 한 명이 중국 당국에 체포돼 구금·고문당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양국간 갈등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았다. 지난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이먼 청 전 영사관 직원과 인터뷰를 갖고, 그가 15일간 중국 당국에 체포돼 수용소로 끌려가 고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홍콩 시민들이 복면금지법에도 불구하고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채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9.11.05. [사진= 로이터 뉴스핌]

청씨는 자신이 홍콩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는지 여부와 영국 정부의 홍콩 시위 지원 등에 대해 취조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강제로 스쿼트 자세를 몇시간 강요받거나 양손과 발이 'X'자로 묶인채 뺨을 맞았다는 등 구체적인 증언을 했고, 이에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류샤오밍 주영 중국 대사를 초치해 분노를 표했다. 이에 중국 정부 측도 '더 이상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이 만약 BNO 여권 소지 홍콩인들에게 시민권을 제공한다면 대거 '홍콩 엑소더스'가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중국과 갈등 악화일로는 예견된 수순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영국은 오는 12월 12일 총선을 앞두고 있어 현재로서는 의회에서 홍콩 시민권 부여 여부를 논의할 시간이 없다. 또, 아직도 교착 상태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최대 쟁점이여서 홍콩 안건을 의회에 상정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아예 논외로 치부할 수도 없다. 홍콩 시위 사태가 유혈사태로 번지면서 홍콩인 시민권 보장 목소리는 커질 전망이어서다. 또, 미국 의회는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을 가결시킨 상태다. 만일 미국이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해당 법안을 제정한다면 영국 정부도 어떤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wonjc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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