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정국'을 정면 돌파한다.
유력한 카드로 거론됐던 이른바 '살라미(쪼개기) 임시국회' 전략을 포기하고 자유한국당에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행위)를 허용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여러 번의 임시국회를 열어 대응하는 것이 정략적으로 비칠 수 있는 데다 국회법상 소수당의 권한인 필리버스터를 마냥 가로막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9일 또는 10일 열리는 본회의에는 기존 의안들에 앞서 선거법을 1번 의안으로 상정시킨다는 구상이다. 정기국회 이후 열리는 임시회에서 선거법만은 바로 표결에 붙이기 위해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12.02 leehs@newspim.com |
2일 비공개 의원총회 참석자들 말을 종합하면, 의원들은 필리버스터로 본회의 법안 처리를 막은 한국당을 성토하면서도 이를 저지할 마땅한 묘책이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한정애 의원은 "한국당에 필리버스터를 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맞다"며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법안을) 불시에 상정하지 않을테니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를 하고, 대신 민생입법은 딴지 걸지 말고 통과시키자고 제안해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20대 국회를 정리해야 할 시점에 민생 입법과제가 200여개 남았다. 끝에 가선 '집권 여당이 뭐하냐'는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설득했다.
한 의원은 기자와 한 통화에서 "의원들 생각이 대부분 비슷했다"며 "한국당은 개혁 3개법안의 긴급상정을 우려해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 같은데 여당이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뒤 나머지 법안은 볼모에서 놔달라고 하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박병석 의원도 "여야가 합의한 법안은 먼저 통과시키고 유치원 3법 등 나머지 쟁점 법안은 필리버스터를 허용하자. 대신 필리버스터 기한을 정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여당이 책임감을 갖고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하려는 의지를 국민들이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중있게 논의됐던 이른바 '살라미 임시국회' 전략은 기각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민주당은 1~3일짜리 단기 임시회를 여러 차례 열어 필리버스터 정국에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직전 회기에서 필리버스터가 진행된 법안은 다음 회기에서 곧바로 표결 처리하는 조항을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인영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정국) 이후 과정에서 사람들 마음을 사려면 정정당당 임해야 한다"며 "법안 토막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필리버스터 정국에 대비한 쟁점법안의 본회의 안건 순서도 논의됐다. 민생법안인 유치원 3법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선거법 개정안을 우선 상정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렸다.
정치일정 상 선거법 개정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선거법이 통과될 경우 한국당이 더 이상 필리버스터를 고집하지 않을 것이란 계산도 깔려있다.
최악의 경우 필리버스터가 계속되면서 검찰개혁법안 처리가 내년으로 밀릴 수도 있지만 감내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공감하는 유치원 3법을 먼저 처리하자는 주장도 일리는 있으나 정치일정상 선거법을 먼저 할 수 밖에 없다"며 "그 다음 공수처나 검경 수사권, 유치원 3법을 총선 일정과 가깝게 배치해가는 것이 맞지 않겠냐"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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