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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국에서도 발빼겠다?...트럼프의 글로벌 방위비 압박

기사등록 : 2019-12-0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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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동맹들을 향해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단 안전 보장 기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창설 70주년을 맞이해 정상회의에 참가해 나토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을 요구한데다가, 주한 미군을 거론하며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높여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상대를 가리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 행보에 미국 정가는 과한 요구라고 지적하며 동시에 동맹 약화를 우려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美 나토 지출액 감축에도 만족 못해...'동맹국들 더 내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시기부터 나토 회원국들의 방위비 분담이 적다며 불만을 표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 압박에 유럽과 캐나다 등 동맹국들은 증액을 약속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유럽과 캐나다가 2019년 방위비 분담금을 4.6% 증액했다고 밝히며 2020년 말까지 2016년 이후 추가 투입된 방위비가 13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나토는 트럼프 대통령 달래기 조치로 오는 2021년부터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감축하기로 했다. 미 공영 라디오인 NPR에 따르면 당초 미국은 나토 예산 가운데 22%를 부담하고 있었지만, 16% 수준으로 줄일 예정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나토 창설 70주년 정상회의에서 동맹국 정상들을 상대로 방위비 압박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만나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지출을 당초 합의한 GDP 2%에서 4%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문제까지 엮으며 압박을 가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 등이 나토 방위비를 충분히 부담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며 이들에게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이에 미국 정치가에서는 동맹 파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맡았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모건스탠리 투자자 모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완전한 고립주의'에 빠져 미국이 나토를 탈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전임 국무부 관료인 아만다 슬로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국민을 불안하게 했고 연임에 성공하면 더욱 거리낄 것이 없어질 것"이라며 볼턴의 발언에 공감을 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 고위 관료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 대화에서 나토 탈퇴 의지를 여러 차례에 걸쳐 표했다고 보도했다.

◆ 한미 방위비 협상 시점에 '주한 미군' 거론...美 하원 "5배 증액 요구 과해"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우방인 한국과 일본에도 압박을 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과의 조찬 회동 이후 주한미군 전부를 계속 주둔시키는 게 미국의 안보이익에 부합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대해 "그건 토론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을 보호하는 데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 우리는 그들(한국)이 상당히 더 내는 게 공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관계자들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방위비분담 4차 협상에 즈음하여 협상 중단과 협정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2.03 mironj19@newspim.com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미 양국이 미국 워싱턴에서 내년 이후 한국 측 방위비 분담금을 결정할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4차 회의에 돌입한 가운데 나왔다. 시점을 고려했을 때, 방위비 분담 협상의 지렛대로써 주한 미군 감축 카드를 내세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으로 약 70조원이 적당하다고 주장해왔다는 후일담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는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의 연설문비서관 가이 스노드그래스가 지난 10월 29일 공개한 신간 '선을 지키며 : 매티스 장관 당시 트럼프 펜타곤의 내부'를 통해 공개된 내용으로, 저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미군 주둔에 드는 비용에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CNN이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연간 분담금을 현재의 5배에 달하는 6조원까지 증액하길 바란다고 보도했다.

미 하원은 이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4일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과 엘리엇 엥겔 외교 위원장은 각각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미군의 해외 주둔 비용은 공정하게 해야하지만 현 수준의 5배가 넘는 증액 요구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북한의 도발이 증대되고 중국의 힘이 커지고 있어 한·미·일 공조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는 불필요한 균열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도 미군 주둔 비용 등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과의 회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미국을 도와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과 일본이 이미 상당한 방위비를 지출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을 비판했다.

WP에 따르면 2019년 방위비 협정에 따라 한국은 국방부 예산 20%에 해당하는 8억9300만달러(약 1조667억원)를 지불하기로 했다. 일본의 경우 최근 2014년 협상 내용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지난 2002년 방위비의 75%를 지출했고 훈련이나 무기 구입 비용은 빠져 있어 사실상 더 높은 비중을 부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체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방위비 증액 요구가 결국 동맹국들에게 신뢰를 잃게하고 대미 협력의 대안을 찾게 한다고 꼬집었다.

lovus23@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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