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시가격 종합대책'으로 상대적으로 대출이 자유롭고 세부담이 적은 서울 '9억원 미만' 주택이 주목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가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집주인들은 시장에 매물을 일부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서 상대적으로 규제 강도가 약했던 서울 내 시세 9억원 미만 아파트들이 재조명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2019.07.30 pangbin@newspim.com |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그동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의 집값 상승세에 밀려 소외됐던 지역이 반사이득을 얻을 수 있다"며 "노도강(노원·도봉·강동구), 구로·금천·영등포·관악구에는 지금도 시세 9억원 미만인 주택이 상당히 많고 이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 정책에서는 서울 내 시가 9억원 미만 아파트들이 규제의 칼날을 다소 비껴갔다. 전날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는 LTV(담보인정비율)가 기존 40%로 유지됐다. 또한 이날 '공시가격 종합대책'에서도 9억원 미만 공동주택은 시세변동분만 공시가격에 반영된다.
시세 9억원 초과 아파트의 LTV가 기존 40%에서 20%로 축소되고 시세 9억~15억원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최대 8%포인트(p) 오르는 것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의 주택 보유자는 종합부동산세 세율도 0.1~0.3%p 오른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을 계기로 9억원 이상 주택 소유자들과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대거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오는 2021년이 되면 시세 9억~30억원 이상 주택 소유자들은 보유세 부담이 상당히 커질 것"이라며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율과 과표인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동시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은 보유세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더 클 것"이라며 "이들은 자녀에게 증여해서 주택 수 줄이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집값 상승 기대감이 떨어지거나 세 부담이 한계치를 넘어서면 집주인들도 시장에 매물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다주택자, 고가주택 소유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세금 부담이 무거워질 것으로 전망됐다. 공시가격과 더불어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매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종부세나 재산세를 매기는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을 정할 때 주택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 즉 할인율을 말한다. 이 비율이 80%면 공시가격이 1억원이어도 과표 계산은 8000만원만 적용한다. 정부는 공시지가 현실화를 추진하는 한편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매년 5%씩 높여 100%를 맞출 계획이다. 올해는 그 첫번째 해로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85%로 상승했다.
이동현 센터장은 "30억원 이상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이번에 80%로 올랐지만 현재 공정시장가액 비율 85%을 곱하면 실제 과표는 시세의 70%에도 못 미친다"며 "지금은 시세에 비해 과표가 훨씬 낮지만 향후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100%로 점차 오르면 수십억짜리 고가 아파트일수록 세금이 무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실거주가 아닌 투자목적으로 빚내서 집을 산 사람들은 버티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센터장은 "현재 부동산시장은 경기둔화와 정부의 고강도 규제가 맞물려 단기적인 집값 상승을 보장할 수 없다"며 "정부가 보유세를 크게 올려 다주택자들 부담을 높인 반면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유예한 것도 이들의 주택 매도를 유도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부동산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 부담이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함영진 랩장은 "공시가격은 시세를 반영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집값 자체가 하락하면 공시가격은 전년보다 오히려 하락할 수도 있다"며 "보유세 부담이 종전보다 크게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