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13일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검찰과 경찰의 관계도 재정립이 불가피하게 됐다. 72년간 검찰의 지휘를 받아 온 경찰로서는 수직관계를 벗어나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새로운 수사구조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은 형사소송법(형소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이다. 검경 관계를 기존 상하관계에서 상호협력관계로 바꾸고, 경찰의 1차 수사권 및 수사 종결권을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민갑룡 경찰청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12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준비 하고 있다. 2019.11.06 leehs@newspim.com |
우선 검찰과 경찰이 한 치 양보 없이 혈투를 벌였던 '수사지휘권'은 논란 끝에 결국 폐지됐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그동안 '경찰 길들이기', '수사방해', '사건 가로채기' 등에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검찰은 "경찰권 비대화, 수사권 남용 등이 우려된다"며 수사지휘권 폐지에 대해 거듭 반대 의견을 피력해왔다.
그러나 형소법 개정에 따라 검찰은 경찰을 원칙적으로 지휘할 수 없게 됐다. 형소법 개정안은 검찰이 경찰을 지휘하도록 하는 문구를 없애고 대신 경찰과 검찰을 협력관계로 새롭게 규정했다. 검찰의 하위조직 취급을 받았던 경찰로서는 굴종적 관계를 다소 벗어난 셈이다.
경기 지역 일선 경찰서 수사과장은 "일전에 검사를 찾아갔는데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모욕을 주면서 군기를 잡더라"며 "적어도 후배들만큼은 그런 치욕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내 수사지휘권이 폐지돼 진심으로 기쁘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은 경찰에 보완 수사나 시정을 요구할 수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하면 징계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에 대해 기록을 송부받아 검토할 수도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5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 되고 있다. 2020.01.13 leehs@newspim.com |
수사권 남용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검찰의 직접수사도 대폭 축소된다.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등 중요범죄로 제한하고 있다.
기존에는 검찰이 사실상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직접 수사에 나서면서 표적 수사 등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경찰도 검찰이 직접수사를 핑계로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서거나 경찰 사건을 가로챈다며 직접수사 전면 폐지를 주장해왔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당장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휴대전화 압수수색 논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등 최근 검경이 잇따라 충돌 중인 사건들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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