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형소법)이 13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경찰의 위상이 이전보다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높다. 하지만 검찰의 통제장치가 상당한데다 영장청구권 등 실질적으로 수사에 필요한 핵심 권한은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등 한계도 여전하다. 경찰 내부에서는 명분만 얻었을 뿐 정작 실리는 챙기지 못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사소송법(형소법) 개정안은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전면 폐지하고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한다는 것이 뼈대다.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이뤘던 수사지휘권은 당초 취지를 벗어나 경찰 길들이기, 사건 가로채기, 제 식구 감싸기 등에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한다'는 수사권 조정 대원칙에 따라 경찰은 수사개시부터 진행, 종결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달라지는 검사의 권한 [사진=경찰청] |
다만 경찰에 대한 사법 통제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 법안에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 △시정조치요구권 △사건송치요구권 △징계요구권 등 10여개의 통제장치도 함께 담겼다. 일선 경찰관 사이에서 "표면적으로만 위상이 올랐을 뿐 사실상 수사지휘권이 유지되는 것과 다름없는 족쇄"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의 한 경찰서 형사과장은 "수사 분야 입장에서는 이번 조정안이 썩 만족스럽지는 않은데 우선 검찰이 경찰의 모든 사건기록을 가져가는 데다 거의 모든 단계에서 검찰의 통제를 받아야 해 기존과 크게 달라지는 것 같지는 않다"며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 없고 현재 확보한 권한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경찰이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추후에도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수사경찰 입장에서는 이번 수사권 조정안 논의 국면에서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에 대한 별다른 논의가 없었던 것 역시 아쉬운 점으로 꼽는다.
그간 경찰은 "검찰이 기소권과 더불어 영장청구권을 독점하면서 폐단이 잇따르고 있다"며 "경찰에도 영장청구권이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경찰의 수사 내용과는 상관 없이 검찰이 입맛에 맞지 않으면 영장을 청구하지 않아 정상적인 수사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와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가 전·현직 고위직 검사들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각각 고발·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모두 반려해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었다.
또 검찰은 지난해 12월 숨진 채 발견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출신 검찰 수사관 A씨의 휴대전화를 경찰로부터 압수해 간 후 이를 돌려달라는 경찰의 영장을 모두 반려했다. 특히 김학의 전 법무부 장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에서는 경찰이 8차례의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모두 불청구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검찰의 영장청구권은 헌법에 명시돼 있는 만큼 이를 손보는 일이 쉽지 않아 이번 논의에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대신 정부와 여야는 고등검찰청 산하에 영장심의위원회를 설치해 검찰이 영장신청을 반려하면 경찰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장치는 마련해 놓았다. 위원회는 검경이 아닌 외부 위원으로 구성되고 경찰이 심의를 요청하면 영장 반려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는 식이다.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한 수사과장은 "검사를 수시로 대면해야 하는 현장 경찰관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영장심의위원회를 통해 검찰의 영장반려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며 "영장심의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견제할 수 있겠지만 현장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소 회의적인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관계자는 "지금까지 검사의 부당한 영장불청구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었으나 이번 수사권 조정으로 최소한의 견제장치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다만 장기적으로는 헌법상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삭제하고,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영장 관련 규정을 법률로 규율하는 방향으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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