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징계를 결정하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앞두고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긴장감이 감돈다. 주요 경영진이 중징계를 통보받은 만큼 징계 수위를 낮춰 최악을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이를 위해 CEO 징계에 대한 법적 근거나 경영진의 개입 여부 등을 두고 적극 소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오는 16일과 30일에 열리는 DLF 제재심을 앞두고 준비에 분주하다. 두 은행은 지난주 금감원에 제출한 의견서를 중심으로 입장을 정리 중이다.
[사진=하나은행, 우리은행 사옥] |
제재심 출석 여부와 인원에 대해선 "아직까지 정해진 바 없다"고 했지만 소명을 위해 직접 나설 전망이다. 제재심은 조사대상자인 은행의 의사에 따라 대심제로 열릴 수 있다. 대심제는 조사대상자가 진술 기회나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재심에 직접 출석하는 것이다.
주요 쟁점은 CEO 중징계에 대한 제재 근거다. 현행 지배구조법에는 금융사 임직원이 준수해야할 내부통제 기준 마련에 대한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은행권이 이미 규정을 갖추고 있어, 내부통제 미비로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것은 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감원은 내부통제 기준의 실효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DLF 분쟁조정에서도 배상비율에 '은행의 내부통제 과실'을 처음으로 반영하기도 했다.
또 다른 쟁점은 CEO 관여 여부다. 은행의 경우 상품 판매 의사결정에 CEO가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자산관리(WM)사업부나 상품선정위원회에 속한 임원, 실무자들에 의사결정권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DLF 관련 자료 삭제 의혹을 받고 있는 하나은행의 경우 경영진의 지시 여부를 부인하고 있다. 함 부회장은 자료 삭제에 대해 알지 못하며 조직적으로 삭제하지 않았다는 게 하나은행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은행 경영계획에서 매년 수수료 수익 증대나 DLF 판매 목표를 상향 제시했고, 은행 본점 차원에서 하루 단위로 영업본부 등에 실적 달성을 독려했다는 점을 들어 경영진의 책임을 부각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DLF 사태에서 은행이 잘못한 점은 분명히 있지만 내부통제를 이유로 CEO를 중징계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본다"며 "제재심에서 적극적인 소명에 나설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전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이형석 기자 leehs@ |
두 은행이 적극 소명에 나서는 것은 CEO 징계 수위에 따라 지배구조의 향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통보했다. 지성규 하나은행장에게는 경징계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현 임기를 마치더라도 3년간 임원으로 재취업할 수 없다. 손 회장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확정되기 때문에 그 전에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회장 연임이 불가능해진다. 함 부행장의 경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후계자 1순위로 꼽혔기 때문에 차기 회장 선임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더구나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법원에 금감원 제재 효력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금감원에 재심을 요구하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CEO에 대한 제재 효력은 그대로 유지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의신청도 금융위원회 판단을 거쳐 검사서가 은행으로 가는 제재 절차가 다 끝나야 할 수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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