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진숙 기자 = 조영탁 휴넷 대표는 화, 수, 목요일은 서울 구로구에 있는 휴넷 본사가 아닌,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공유 오피스텔의 1인 사무실로 출근한다. 회사로 가는 것은 월요일과 금요일뿐이다. 조영탁 대표는 이를 '귀양'이라고 말한다.
"작년이 휴넷 20주년이라 30년 후의 비전을 설계하기 위해 임원들과 8월 제주도로 워크숍을 갔습니다. 거기서 추사 김정희가 세한도를 그렸던 서원을 방문했는데 '귀양 가서도 작품을 만드는구나' 깨달았습니다. 20년이 되면 자만할 수 있으니까 귀양 가는 정신으로 공용 오피스텔로 이사하기로 했죠."
[서울=뉴스핌] 박진숙 기자=조영탁 휴넷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공유 오피스텔의 1인 사무실로 출근해 근무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2020.02.13 justice@newspim.com |
귀향과 제2의 창업을 결정한 조영탁 대표는 지난 10월 20주년 기념행사 개최 후 1주일도 채 안 돼 공유오피스텔에 1인 사무실을 잡아 이사를 간다.
조영탁 대표는 귀향해서 추진했던 세 가지 일이 성공적이라고 자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는 일을 안 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한 조 대표는 "월‧금요일만 회사에 가는데, 하던 일을 임원진이나 사업부에서 할 수 있도록 했다"며 "원래 하던 일에서 80%를 뗐다"고 설명했다. 또 "기업에서 대표가 빠지면 여기저기 구멍이 나기 시작할 수 있어서 구멍이 나는 부분을 살펴보고 도와주기로 했는데 아직은 없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로는 '미래에 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미래 지향적 업무 구상이다. 조 대표는 "과거에는 현재와 미래를 7:3으로 구상해서 일했다면, 지금은 업무를 다 뺐으므로 미래 쪽으로 업무를 구상하는 3:7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미래 구상을 위해 조 대표는 팀장 이상 40여 명을 한 명씩 직접 찾아가면서 식사와 술자리 등을 하는 '원 포인트 레슨'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원 포인트 레슨은 원가 절감과 매출 증진, 경영 아이디어 등에 대해 질문을 주고받으며 사업 구상에 반영하는 일대일 미팅"이라며 "의외로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회사 현업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므로 잠복 이슈도 꽤 많이 찾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영탁 대표는 '원 포인트 레슨'이 100일 만에 정착됐다고 자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 포인트 레슨'을 통해 '모바일 퍼스트' 시대임에도 PC 중심으로 돌아가는 회사의 애로를 찾아내고, 취약점을 정확하게 검토해 필요하면 대대적으로 투자해 끌어올리자고 팀장들과 협의하게 됐다고 한다.
휴넷은 지난해 창사 20주년을 맞아 지난 11월부터 주 4.5일 근무를 하고 있으며, 연차와 관계없이 쉬고 싶으면 쉴 수 있도록 하는 '무제한 자율휴가제'도 시행하고 있다.
조영탁 대표는 "직장인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 자율인데, 스스로 일할 때 주인의식이 생긴다"며 "그래서 주 4.5일과 무제한 자율휴가제를 시행했는데, 이는 직원에게 회사가 여러분을 관리,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에도 휴넷은 현재 주 36시간 근무제를 4개월째 시행하고 있는데, 아주 정착이 잘 된 거로 보고 있다.
조영탁 대표는 "주 36시간 근무는 집중 근무라 생산성은 전혀 떨어지지 않는 데다 직원 만족도가 높아진다"며 "휴넷의 IT 인력은 130명인데, IT 인력이 밤늦게 일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전혀 그렇지 않으며, 근무시간 지키면 머리도 맑아지고 집중할 수 있어 전혀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조영탁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2021년까지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고, 2022년에는 기업가치 1조 원의 '유니콘 기업'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뉴스핌] 박진숙 기자=조영탁 휴넷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공유 오피스텔의 1인 사무실로 출근해 근무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2020.02.13 justice@newspim.com |
조 대표는 "20년 동안 작지만 단단한 회사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며 "에듀테크 교육 혁명을 통해 사람을 바꾸고, 사람을 바꿔서 세상을 바꾸는 것이 목표인 만큼, 에듀테크 기술을 통해 세계 1등 교육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탁 대표는 휴넷이 2022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규모가 커야 하는 만큼 상장을 지렛대로 삼는 수단일 뿐, 목적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유니콘 기업이 되기 위한 구체적인 경영 전략으로는 기업 교육의 'Only One(온리 원, 오직 하나뿐인) 회사'로 발전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휴넷 경영전략에서의 핵심 사업은 ▲고급 인재 매칭 서비스 '탤런트뱅크' ▲지식 공유 플랫폼 '해피칼리지' ▲인공지능 영어 학습지 '데일리 스낵' ▲평생학습 플랫폼 '그로우(GROW)'이다.
조영탁 대표는 "여기서 가장 핵심은 '그로우'인데, 개인에 맞는 성장과 학습 계획을 만들어주고 돕는 것으로, 오는 6월 말 출시 예정이며 '자기개발 앱'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휴넷 설립 21년 차, 가장 성공했다고 느끼는 일에 대해 조영탁 대표는 2003년 휴넷을 창업하면서부터 시작한 '행복경영'을 언급했다.
그는 "행복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중소·중견기업 CEO들의 리더십 강화와 네트워크를 돕기 위한 최고경영자 과정 '행복한 경영대학'을 무료로 하고 있는데, 현재 350개 기업이 수료해서 이를 실천하고 있다"며 "휴넷에 적용해서 검증한 후, 일반 기업에 확산한 것이 가장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조영탁 대표는 "'행복한 경영대학'은 2050년 1만 개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가장 '휴넷다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100살까지 사업을 계속하겠다고 했는데, 교육이 사람을 바꾸는 것인 만큼, 남은 45년 동안 에듀테크 교육혁명을 계속해나가겠다"고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justi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