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없다고 밝힌 북한이 연일 기민한 대응을 보이며 바이러스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비상방역체계 하에 격리 조치기간도 기존 15일에서 30일로 늘리며 더욱 방역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20일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평양 내 발병설'이 돌고 있는 가운데서다.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소식을 1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이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2020.01.01 noh@newspim.com |
◆ '우한폐렴' 명명 금지 北, '코로나19' 명칭 변경도 발 빠르게 알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3일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전염병을 'COVID-19'로 명명했다"고 했다. 참고로 한국 정부는 COVID-19의 국문 명칭을 '코로나19'로 부르기로 했다.
통신은 이어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의 발언을 소개하며 "명칭을 붙이는 것은 부정확하고 오명을 씌울 수 있는 다른 명칭들의 사용을 막는데서 중요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는 지난 10일에는 '우한(武漢)'이라는 지명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WHO 권고도 강조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혈맹' 중국과의 관계를 신경 쓰는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방역체계가 열악한 북한은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하고 국경봉쇄 등 코로나19 차단을 위한 극단적인 방법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평양역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마스크 미착용 시에는 아예 평양역을 출입할 수 없다.
송인범 북한 보건성 국장은 지난 2일 조선중앙tv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나라에서 신형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안심하지 말고 모두 공민적 자각을 안고 신형코로나비루스 감염증을 막기 위한 사업에 한사람 같이 떨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사진=조선중앙tv 캡처] |
◆ 北, 격리 조치 기간 15일에서 30일로 연장…자국 내 발병 '0' 입장 견지
이와 함께 1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취하던 격리 조치 기간을 기존 15일에서 30일로 연장했다.
신문은 "모든 기관, 북한에 주재,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이를 무조건 준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주북러시아대사관에 따르면 북한은 코로나19 발병 이후 중국 등을 경유해 입국한 내·외국인들을 대상으로 15일간 격리시켜왔다.
그러다 최근 코로나19 잠복기가 최장 24일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자 격리기간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7일 전한 남포수출입품검사검역소 방역 현장. [사진=노동신문] |
북한은 현재까지 자국 내 코로나19 발병 환자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WHO 평양사무소도 지난 11일 "북한 보건성으로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사례를 보고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북측의 일방적인 감염자는 없다는 발표에 국제사회는 의구심을 갖는 모양새다. 체제 특성상 바이러스가 확산될 경우 최고지도자의 권위도 적지 않을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축소하거나 은폐하려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비르 만달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평양사무소 부대표도 12일 VOA에 "북한 당국은 FAO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없다고 밝혔지만, 우리는 그 같은 주장에 의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설 명절을 맞이해 김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지난 25일 삼지연 극장에서 기념공연을 관람했다고 밝혔다. 앞줄 맨 왼쪽부터 최룡해, 김정은, 리설주, 김경희, 김여정. [사진=조선중앙통신] |
◆ 길어지는 김정은 '잠행'…전문가 "길어질 것" vs "확대해석 경계"
북한이 코로나19 예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개행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한 매체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달 25일 설 명절 기념 공연 참석이 마지막이었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최장 미식별 기간은 40일이다. 지난 2014년 9월 3일부터 10월 14일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김 위원장의 '잠행'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당연히 코로나19에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과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측은 전염병 방역과 지도자 보위에 대해서는 한국보다 철저하다"며 "최근 평양에도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는 설이 돌고 있기 때문에 더욱이 공개행보는 자제할 것이고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북측은 전염병 사태가 벌어지면 무조건적인 외부인사의 접촉을 금지하고 검증된 몇 사람들만 최고지도자에게 보고할 수 있게 한다"며 "또한 외부인들이 평양으로 들어오는 것도 철저하게 막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코로나19 때문일 수도 있지만 최근 김 위원장이 안보인다고 해서 의구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며 연초라는 걸 고려해봐야 한다. 현재 북한은 중앙에서 지방까지 '정면돌파전 결정서' 관철대회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어 "김 위원장은 그런 것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됐다고 판단하면 경제지도 등의 행보를 가질 것"이라며 "지금 당장 현지지도를 안할 뿐이지 제3국에 축전 발송 등 공식적인 업무는 다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