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은지 기자 = 영화 '기생충'에서 부잣집 사모님 연교가 가정부 충숙에게 주문하는 '짜파구리'. 영화에서는 호화스러운 한우 채끝살이 들어가면서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은유로 등장합니다. 기생충 열풍과 함께 '짜파구리'도 깜짝 특수를 맞았습니다. 해외 네티즌들도 SNS에 인증샷과 함께 "달짝지근해서 단숨에 다 먹었다"라며 푹 빠졌고 주한 미국대사 해리 해리스도 짜파구리를 먹으며 봉준호 감독에서 축하 인사를 남겼습니다. 영화에서는 이름도 라면과 우동을 합성한 '람동'이라고 번역됐지만 이제는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 발음 그대로 '짜파구리'라고 읽고 있습니다.
'짜파구리' 열풍에 해외에서도 '너구리'와 '짜파게티'를 직접 먹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데 해외로 수출되는 수출용 라면! 우리나라 것과 맛도 성분도 똑같을까요?
우선 수출용 '너구리'에는 사각 다시마 건더기가 빠져있습니다. 너구리에 들어있는 완도 청정해역 다시마는 국물 맛을 내는 핵심인데요. 하지만 수출용 너구리에는 이 다시마가 건더기 대신 스프 안에 잘게 썰려 들어있다고 해요. 선적과 운송, 하역과 같은 작업을 거쳐 판매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자칫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서라고 하는데, 건더기로 들어가 있지 않아도 국물 맛은 똑같다고 합니다.
농심에 너구리가 있다면 삼양에는 매운 걸 못 먹는 사람도 한 번은 먹어봤다는 효자상품 '불닭볶음면'이 있는데요. 해외에는 닭 없는 불닭볶음면이 있습니다. '할랄 인증'을 받기 위해 고기를 뺀 건데요. '할랄'은 무슬림이 따르는 율법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무슬림 국가에서 할랄 인증은 필수입니다. '핵불닭볶음면, 까르보 불닭볶음면' 등이 할랄 인증을 받았는데 혀를 얼얼하게 만드는 독한 매운맛은 똑같다고 하네요.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마라 불닭볶음면'도 만들었는데 중국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우리나라 용으로 역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수출을 위해 고기뿐만 아니라 수산물, 계란, 우유 등 동물성 재료를 모두 뺀 라면도 있습니다. 인도는 마트에 가보면 비건인 제품과 아닌 제품을 쉽게 구별하는 표기가 있을 정도로 비건 식품에 관심이 많은데요. 전체 인구의 40%가 채식주의자인 인도 시장을 공략해 오뚜기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라면 '베지진라면'을 수출했고 농심도 '맛있는 라면'을 비건용으로 만들었습니다.
한때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중국과 동남아시아에는 '치맥' 열풍이 불었는데요. 이제는 한국 라면 시대가 온 걸까요. 외국 여행을 하다가 한국 라면을 본다면 우리나라에서 먹던 맛과 같은지 한 번 먹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촬영/이민경 편집/김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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