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항공업계가 생존게임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가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단계인 3단계로 격상하자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미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 매출의 20~30%를 차지하며 단일 국가중 가장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초기 중국 노선 운휴, 감축으로 휘청이는데 나아가 미국 등 장거리 노선까지 타격을 입으며 업계는 심각한 상황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CDC, 한국 '여행 경보 3단계' 격상…항공사도, 취소수수료 '면제'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가 한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여행 경보를 3단계인 '경고'로 올리고 자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미국 국무부가 발표하는 여행경보 등급에는 2단계 '강화된 주의 실시'에 올라 있지만 질병통제예방센터가 3단계로 격상한 나라는 중국 본토를 제외하고는 한국이 처음이다.
또한 미국 주요 항공사들이 전날부터 한국행 항공권 취소에 대해 수수료 면제 정책을 펴며 업계에서는 미국행 하늘길이 막히는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 미국 매출비중 20~30%
미국을 시작으로 장거리 노선이 막히게 될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심각한 상황에 접어들 것이라는 위기감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여객 노선 매출 비중이 지난해 3분기 기준 미주 지역이 30%를 차지한다. 이후 유럽이 21%, 동남아 19%, 중국 13%, 일본 8%, 국내선 6%, 대양주 3% 순이다.
아시아나 역시 지난해 3분기 기준 미주가 21%에 달한다. 중국 19%, 동남아 18%, 유럽 16%, 일본 10%, 국내 8%, 대양주 4%가 뒤를 따른다.
업계는 당장 미국이 한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려 운항이 불가한 상황은 아니지만 자국 국민에 대해 여행 자제를 권고한 상태라 향후 수요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중국 노선이 운휴·감축된 것만으로는 굉장히 크게 영향이 있었다"며 "여기에 유럽이나 미주노선까지 문제가 생긴다면 너무 심각한 상황이 오는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미국 CDC 발표로) 심리적으로 위축 될테니 영향이 바로 나타날 것"이라며 "지금도 이미 어려운데 장거리까지 영향 받으면 더 어려워질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주요 항공사들 [사진=뉴스핌 DB] 2019.12.19 tack@newspim.com |
◆LCC '벼랑 끝' 이어 FSC까지 '휘청'…"구조조정이 청산 절차로 이어질 수도"
학계에선 저비용항공사(LCC)에 이어 FSC까지 휘청일 경우 항공업계가 회복 불가될 것이라며 우려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LCC은 일본 불매 운동, 홍콩 반정부 시위, 코로나19 등으로 주력으로 삼은 단거리 노선에 연이어 악재가 발생하며 이미 벼랑 끝으로 내몰린 상황이다.
정부가 최대 3000억원의 대출을 지원하는 '항공분야 긴급 지원대책'을 내놓아도 장기적인 악재를 해결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분위기다.
경영진들이 나서서 급여 중 일부를 반납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 휴직을 받는 등 각 LCC별로 비용 절감을 위한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여기에 더해 FSC까지 위기가 번지면 손을 쓸수도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2003년 사스(SARS), 2015년 메르스때 와는 비교가 안 된다"며 "공항 전체가 썰렁한 지금은 초비상 상태"라고 위기감을 표했다.
허 교수는 이어 "현 상황은 구조조정 차원을 넘어가는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는 인수·합병 없이 청산하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조조정은 업계 간에 인수·합병이 기본적인 방식인데 매각없이 그냥 정리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LCC 1위 업체인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에 대한 인수 계약이 두 차례나 미뤄지며 인수 무산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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