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실적 경고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가 진화되기 않으면 올해 매출액이 반토막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마스크를 쓴 여행객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코로나19가 주요국으로 확산되는 한편 지역 감염이 이어지면서 이른바 '판데믹(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기업 수익성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악순환을 일으키는 양상이다.
27일(현지시각) 중국에 소재한 미 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 가운데 절반 가량이 4월 말까지 생산라인 가동을 포함한 비즈니스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2020년 연간 매출액이 감소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8월 말까지 바이러스 확산이 지속될 경우 올해 매출액이 5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 기업이 20%에 달했다.
94%에 이르는 기업들이 바이러스 감염 위험으로 인해 재택 근무를 실시하고 있고, 이로 인해 업무 지연과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여행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어 비즈니스가 사실상 마비됐다는 것이 현지 기업들의 얘기다.
중국 정부는 한국과 일본, 유럽 주요국으로 감염자가 늘어나자 해외 여행 후 중국으로 들어온 자국민과 외국인들을 격리시키고 있다.
미 상의 그렉 길리건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위기가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며 "바이러스 감염 위험에 경제는 뒷전이고, 생산과 영업 현장의 갖가지 통제로 인해 상당수의 기업들이 고전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황은 중국에 진출한 유럽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 기업들 사이에 올해 실적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중국 소재 유럽 및 독일 상의에 따르면 90%의 유럽 기업들이 바이러스 충격에 대해 중간 혹은 높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올해 연간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기업이 50%에 달했고, 절반 가량의 기업은 상반기 두 자릿수의 매출 감소를 예고했다. 20% 이상 매출 급감을 예상한 기업도 25%에 달했다.
이번 조사에서 약 40%의 기업은 올해 연간 예산을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고, 33%는 비용 삭감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중국 북부 지역에 위치한 독일 상의의 스티븐 벨렌스타인 회장은 "바이러스에 타격을 받지 않은 기업이 하나도 없다"며 "손 세정제와 마스크 등 필수 용품의 부족으로 인해 공장 가동의 차질이 더욱 심각하다"고 전했다.
조사에 참여한 577개 유럽 기업 가운데 35%가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후베이성에 생산라인과 물류 단지를 둔 것으로 나타났고, 후베이성 이외에 감염자 분포가 높은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기업도 36%에 달했다.
이번 바이러스를 계기로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공급망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시됐다. 중국 쏠림 현상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힘을 얻는 가운데 기업들이 중국에서 다른 신흥국으로 생산라인과 중간재 조달 창구를 옮길 여지가 높다는 주장이다.
또 각국 정부가 국가 안보 측면에서 중요도가 높은 업계에 생산라인을 국내로 이전하거나 가까운 지역으로 옮길 것을 권고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월가에서도 기업 실적을 둘러싼 비관론이 번지는 모습이다. 이날 골드만 삭스는 2020년 미국 기업의 이익이 제로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 희생자는 2800여명으로 집계됐고, 감염자는 8만2000여명으로 늘어났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