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 서울 송파구 잠실리센츠(전용 84㎡는 지난 6일 호가 대비 2억~3억원 낮은 16억원에 거래됐다. 반면 같은 면적의 올해 공시가격은 최고 15억1400만원으로 지난해 11억2600만원보다 3억8800만원(34%) 올랐다. 최근 실거래가의 95%에 달하는 수준이다.
최근 집값 하락으로 시세와 공시가격이 비슷해진 경우, 공시가격 하락 조정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하다. 지난 1월 이후 집값이 큰 폭 하락하더라도 지난 18일 발표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조정하는 사유로 볼 수 없다는 게 한국감정원의 설명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매매단지의 모습. 2019.12.17 kilroy023@newspim.com |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집값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실거래가와 공시가격 간 차이가 크지 않은 단지들이 나오고 있다. 고가 아파트를 겨냥한 부동산 규제,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호가를 수억원 낮춘 급매물이 나오면서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보다 높은 '역전현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파트 보유자 입장에서는 공시가격이 최근 시세를 반영하지 못해 불만이 나올 수 있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의 과세 기준인데, 세금 부담이 보유 아파트 가치보다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조세 저항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부동산 시장 약세로 시세와 공시가격이 비슷해지는 현상이 일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보유자는 다음 달 8일까지 이번 공시가격과 관련해 한국감정원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공시가격은 의견수렴을 거쳐 다음 달 29일 확정된다. 이후 5월 29일까지 한 달간 다시 이의신청을 접수받아 재조사·검토과정을 거쳐 6월 말 조정·공시한다.
다만 올해 초부터 이어진 집값 하락은 올해 공시가격 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부동산공시법)에 따라 공시기준일인 1월 1일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지난해 말 시세를 반영하는 것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시세 하락 등 올해 시장상황은 내년 공시가격 산정에 반영되는 부분"이라며 "반대로 공시가격 산정 후 시세가 오르더라도 상향 조정 사유가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부동산공시법은 공시가격에 틀린 계산, 오기, 그 밖에 '명백한 오류'가 있을 때 공시가격을 정정하도록 정했다. 명백한 오류에는 소유자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는 등 공시절차를 완전히 이행하지 않거나, 공동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동·호수, 층수 등 요인들에 대한 조사가 잘 못 이뤄진 경우 등이다. 시세 변동은 정정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시가격 정정 사례로는 지난해 성동구 갤러리아포레가 있다. 당시 이 단지 2개동 230가구의 공시가격은 시세 변동이 아닌 층별 조망권·일조권 등을 이유로 하향 조정됐다. 단지 내 모든 가구의 공시가격이 정정된 사례로는 2005년 공동주택 공시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당초 1가구당 평균 30억200만원이던 공시가격은 조정 후 27억9700만원으로 정정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목표치를 넘는 일부 단지에 대해서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국토교통부는 9억 이상 고가 아파트를 가격대별로 나눠 ▲시세 9억~15억원은 70% ▲15억~30억원 주택은 75% ▲30억원 이상은 80%의 현실화율 목표를 설정했다.
서원석 중앙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현실화율을 높여 가는 과정에서 일부 단지에서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단지들을 대상으로 목표한 현실화율과 비교해 차이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un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