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코로나19(COVID-19) 확진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사실상 봉쇄에 가까운 조치들이 잇따르고 있다.
22일(현지시각)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23일부터 빅토리아주와 뉴사우스웨일스(NSW)주의 술집과 유흥시설, 음식점, 카페, 영화관, 카지노, 체육관 등 '비필수' 상점에 영업금지령을 내리고, 교회 등 실내 종교 활동도 금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영업금지 조치는 코로나19 대응 1단계에 불과하며, 매달 검토 과정을 거칠 것이며, 추가 발표가 있지 않는 한 앞으로 6개월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음식점이나 카페의 경우 포장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모리슨 총리는 지난 주말 동안 시민들이 보여준 행동은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코로나19 관련 조치를 강화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권고에도 불구하고 지난 금요일부터 시드니의 유명 해변 본다이 비치에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렸고, 본다이 비치에서 열린 파티 참석자 중에도 확진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해변은 폐쇄됐지만 정부의 늑장 대응은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 20일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렸든 시드니 본다이 비치 [사진=로이터 뉴스핌] |
23일 기준으로 호주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610명으로 전날의 1355명에서 또다시 급증했고, 이 중 48명은 시드니에서 하선한 크루즈선 '루비 프린세스(Ruby Princess)'호에서 나왔다.
NSW 주정부는 루비 프린세스호의 하선을 허용하고, 2700명의 탑승객을 코로나19 검사 없이 하선시킨 것으로 알려져 비난을 받고 있다. 해당 크루즈에서 확진자가 이미 나온데다, 뿔뿔이 흩어진 탑승객 중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리슨 총리는 휴교와 관련한 정부 입장을 두고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교사와 학부모 상당 수가 휴교를 원하고 있지만, 모리슨 총리는 휴교로 인해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 어울려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위험이 더 크며, 아이를 둔 의료 종사자들이 집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으로 인해 더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학교들은 방학 때까지 정상 운영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빅토리아주와 캔버라는 총리 방침을 따르지 않고 자체적으로 24일부터 휴교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글레이디스 베레지클리언 NSW주 주지사도 학교는 문을 열지만 여력이 되는 학부모들은 가급적 학생들을 집에 데리고 있을 것을 권고해 정부 정책을 두고 혼란은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한편 뉴질랜드에서는 저신다 아던 총리가 전국에 3단계 경보를 발령, 뉴질랜드 전역을 실질적으로 봉쇄했다.
23일 오전 아던 총리는 "모든 국민은 자가 격리 대비를 해야 하며 학교는 24일부터 휴교할 것"이라면서 "집에 머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뉴질랜드 정부는 슈퍼마켓과 약국, 필수적 의료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사업체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밝혔다.
뉴질랜드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이날 기준으로 102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이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300억 뉴질랜드달러 규모의 양적완화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미 뉴질랜드 정부는 지난주 자국 경제 규모의 4%에 해당하는 120억 뉴질랜드 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공개한 바 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