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금융권의 불법행위를 감시·감독하는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난 20일 행정법원이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에 따른 중징계 처분 효력 중지 소송을 낸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의 손을 들어준데다 감사원도 예비감사에 이어 금감원의 본감사 착수를 앞두고 있어서다.
더욱이 DLF와 라임펀드 사태로 역할·책임론이 불거지며 체면이 구겨진 금감원이 앞으로 감시·감독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감원은 올해 주요 중점 운영방향으로 사전·사후 금융감독 강화를 내세웠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로 3월 초부터 시작하려 했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처 합동현장조사를 다음달로 연기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이형석 기자 leehs@ |
코로나19 영향도 크지만 라임펀드 조사가 한창인 검찰이 이미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 본사, 영업지점의 관련 자료 등을 수거해 갔기 때문이다. 검찰은 1조원대 투자손실을 낸 라임펀드 사태에 대한 수사를 전방위적으로 확대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현장조사가 늦어지고 있지만 막상 가더라도 우리가 요구하는 관련 자료와 서류가 현재 있을지 없을지 모를 일"이라고 우려했다.
또 지난 20일 법원이 DLF 경영진 중징계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이 낸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금감원은 우리금융과 기나긴 법정공방을 벌이게 됐다. 금감원은 대응팀을 꾸려 장기 소송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1심과 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간다고 가정하면 최종 판결까지 최소 2~3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금감원 내부에선 최근 실추된 감독기관의 위상과 권위 회복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금감원에 대한 예비감사에 착수한 감사원이 이달 초 금융사로부터 금감원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는 이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감사원이 직접 금감원의 감시·감독 대상인 각 금융회사에 협회를 거칠 필요없이 직접 제보를 요청한 것이다. 피감기관들로부터 감독기관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계속 금융감독 업무를 해야하는데 이미 권위는 떨어질대로 떨어졌다"며 "금융사에 자료 요청을 해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감독기관으로서 권위회복이 급선무가 된 금감원은 올해 소비자보호처 확대를 기반으로 상시감독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올 하반기에는 은행 3곳, 지주사 3곳에 대한 고위험군 상품 판매 조사 등이 포함된 종합검사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실추된 금감원의 권위로 금융사에 대한 감시·감독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지, 금융사들의 원활한 협조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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