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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박사방, 범죄단체 성립될까?...관건은 '통솔체계'

기사등록 : 2020-04-0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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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회원, 조직원으로 보기 어려워"
"비용 지불한 회원들, 범행에 적극 가담"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일명 텔레그램 '박사방' 회원들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들에게 '범죄단체 조직죄'가 적용될 수 있을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검경 모두 이들에게 범죄단체 조직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박사방 운영 목적부터 범행 가담 정도, 조직적인 체계를 갖췄는지 여부 등 입증해야 할 부분들이  쉽지 않다.

◆ 범죄단체 요건 까다로워…2013년 '범죄조직'으로 완화

1일 경찰에 따르면 현행 형법 114조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은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범죄단체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은 △다수의 구성원 △공동의 목적 △시간적인 계속성 △최소한의 통솔체계 등이다. 

[서울=뉴스핌] 김창엽 인턴기자 = 2020.03.24 artistyeop@newspim.com

다만 이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실제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법조계 안팎의 의견이 잇따르면서 2013년 해당 조항에 '범죄조직'이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범죄조직은 범죄단체와 달리 '시간적인 계속성'이나 '최소한의 통솔체계' 등의 기준을 엄격하게 따지지 않는다. 범죄단체보다는 완화된 법리적 구성요건인 셈이다.

현재 검찰과 경찰은 박사방 운영 과정에서 범죄단체 조직죄에 해당할 정황이나 증거가 있는지 면밀히 살피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조주빈(24)은 2018년 12월부터 박사방을 운영하면서 일명 '직원'을 모집해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에는 현직 공무원과 공익근무요원 등도 포함됐다. 직원들은 조주빈의 지시를 받아 피해자의 주소 등 개인정보를 빼냈고 직접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조주빈은 일부 회원에게는 성착취물을 다른 곳에 공유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다만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이 어렵다는 쪽에서는 성착취물 시청만으로 회원을 '조직원'으로 간주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박사방이 뚜렷한 지휘체계를 갖추지 않았고 회원들에게도 구체적인 역할 분담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형법 전문 변호사는 "박사방 운영진과 회원들 사이에서 세부적으로 어떤 지시나 메시지가 오갔는지 살펴봐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통솔체계로 볼만한 지점이 없다"며 "박사방 운영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일부를 제외하고 유료회원까지 묶어서 범죄단체로 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회원들이 일정 비용을 지불해 박사방에 입장했고 공유되는 영상이 성착취물이라는 점을 알고도 시청한 점을 들어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 모 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과장은 "현재까지 붙잡힌 공범의 경우 범행 가담 정도가 상당하고 유료회원도 비용을 지불하는 방법으로 사실상 범행 자금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고도 볼 수 있다"며 "추가적인 수사를 통해 이들의 범행 과정에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도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되면?…신상공개 및 실형 가능

범죄단체 조직죄가 적용되면 유료회원 등도 조주빈과 똑같은 범죄혐의가 적용돼 신상공개까지 가능하다. 경찰은 지난달 24일 조주빈에 대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을 적용해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이른바 'n번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유포한 핵심 운영자 조주빈 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이날 모습을 드러낸 조 씨는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추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한 뒤 경찰차량으로 향했다. 경찰은 지난 24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조 씨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2020.03.25 leehs@newspim.com

현행 성폭력처벌법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피해가 중대한 경우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경우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피의자의 재범을 막는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보호법 상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등 총 4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하면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주빈은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신상이 공개된 첫 사례다.

아울러 재판 과정에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칠 수 있는 박사방 회원들도 실형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조주빈을 포함해 경찰에 붙잡힌 공범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현재까지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강제추행 △협박 △강요 △사기 △개인정보 제공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7개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의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특히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하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4조 1항에 따라 '수괴'(우두머리)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 가능하며 간부는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최근 수사기관과 법원이 디지털 성범죄자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있다는 비판이 거센 만큼 경찰과 검찰은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을 검토할 방침이다.

앞서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달 24일 "향후 n번방 수사가 마무리되면 관련 절차와 규정에 따라 국민들의 요구에 어긋나지 않게 불법 행위자를 엄정 사법처리하고 신상공개도 검토하는 등 단호히 조치하겠다"고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법무부도 같은 날 "운영자와 가담자를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로 의율해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수사 경과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상태다.

 

imb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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