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강명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감염병 컨트롤타워인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을 공식화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 이후 질본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지지부진했던 논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면서 실현을 눈앞에 둔 셈이다.
청 승격은 감염병 관리 역량 확대를 위한 질본의 숙원과제로 꼽혀왔지만, 예산 확보와 보건복지부와의 관계 재정립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다. 질본이 청으로 승격되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달라질까.
◆ 예산권·인사권 확보…독립적인 의사결정 가능
질본이 청으로 승격되면 예산권과 인사권을 확보해 전문가 집단으로서 독자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 인사권의 경우 그 동안 질본은 감염병 예방이라는 본연의 업무에서 전권을 갖지 못한 채 복지부 장관의 지위감독을 받으면서 제한적으로만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다. 복지부와 한 기관으로 묶여 있다보니 조직 논리에 치우쳐 질본 내 주요 자리가 전문성을 고려한 인사보다는 복지부 출신의 승진 수단으로 사용되는 일도 빈번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5월 8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질병관리본부] 2020.05.08 unsaid@newspim.com |
예산 역시 상당부분 증액이 가능할 전망이다. 질본은 복지부가 정한 범위 안에서 예산을 편성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독립된 중앙행정기관으로서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와 직접 예산 배정을 위한 협상을 할 수 있다. 올해 8000억원 수준인 질본 예산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질본에서는 독립적인 인사권과 예산권 외에 청 승격으로 인한 조직 확대 기대감이 더 큰 분위기다. 단순히 예산이 늘고 인사권을 갖게 되는 차원을 넘어 감염병 대응을 위해 독자적인 권한이 확대되고 이에 따른 체계적인 조직개편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복지부와 질본은 앞으로 출범할 질병관리청에 어떤 기능을 부여할지 논의에 착수했다. 논의 결과에 따라 감염병예방법을 포함한 일부 법률 소관이 복지부에서 질본으로 넘어가게 된다. 어떤 법률이 질본으로 넘어갈지에 따라 복지부 조직 일부가 질본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복지부 입장에서 반가운 일은 아니지만, 질본의 청 승격과 함께 복지부 복수차관제가 동시에 논의되고 있어서 오히려 복지부 조직이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질본 관계자는 "질본이 청 승격을 계기로 새로운 기능을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복지부와 질본이 제로섬 게임으로 경쟁하기보다 코로나 정국으로 불거진 감염병 대응체계를 갖추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 지자체 감염병 대응역량 강화…총리실 vs 복지부 소관부처 쟁점
청 승격 이후 지역본부나 지방청 신설 역시 중요한 변화다. 감염병 확산 때마다 문제가 됐던 역학조사관 부족 문제가 지역 조직을 통해 좀 더 보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의 부족한 감염병 대응역량을 보완하는 역할도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 흩어져 있는 검역소 관리를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고, 실험실 확대 등 보건분야 대응역량도 전반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전경 [사진=보건복지부] 2020.05.11 unsaid@newspim.com |
청 승격에서 쟁점은 향후 출범할 질병관리청이 어느 부처 소속이 될 지다. 청 승격은 부처의 외청으로 분류되는 만큼 대통령의 언급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복지부의 하위기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현재 발의돼 있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중 미래통합당 박인숙 의원안은 국무총리실을,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안은 복지부를 상위기관으로 정하고 있어서 국회 논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질병관리청이 총리실 산하가 될 경우 복지부로부터의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청 승격의 당초 목적을 명확하게 달성하기 위해서는 총리실 산하가 더욱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다만 총리실 산하 차관급 기관은 식약처, 교육과정평가원 정도로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총리실 산하로 두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질본 관계자는 "질본이 어느 기관의 소속이 될지는 정부 조직논리에 따라 평가될 것"이라며 "관련부처와 논의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