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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속살] 산업부 vs 식약처 '뒷짐'…공적마스크 남아도는데 가격인하 힘든 진짜 이유

기사등록 : 2020-05-1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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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가격 내려야" vs 업체 "남는 것 없다"
MB필터 등 원자재값 폭등하면서 생산비 상승
산업부 '뒷짐'·식약처 '외면'에 중소업체만 울상

[세종=뉴스핌] 민경하 기자 = "공적마스크 남아도는데 왜 가격은 그대로인가요?" "원자재가 없어서 기계도 못 돌리는데 가격을 어떻게 인하합니까?"

공적마스크 5부제가 도입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고 마스크 수급이 안정됐지만, 현 상황을 인식하는 소비자와 업체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뉴스핌 취재 결과 소비자와 업체의 목소리 모두 합당한 이유와 논리가 있었다. 이 같은 모순된 상황은 정부의 '뒷짐'과 '떠넘기기' 정책에 있었다. 그게 바로 공적마스크 가격을 인하하기 힘든 진짜 이유다.

[수원=뉴스핌] 순정우 기자 = 9일 오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 안성시에 위치한 한 마스크 제조업체를 방문해 기업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생산 현장을 살펴보았다. 이날 공개된 마스크 제작 현장 모습.2020.03.09 jungwoo@newspim.com

◆ 생산설비 두배 늘면서 중소업체 원자재 공급난…"부직포 가격 5배 급등"

최근 공적마스크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수급이 안정된 만큼 현실에 맞게 가격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마스크 생산업체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마스크 생산업체 A사 대표는 13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지난주 출고가격 인하 여부를 타진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문의에 '절대불가' 입장을 밝혔다. 최근 MB필터(멜트블로운)를 비롯한 핵심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산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자재 수요가 급등하면서 기존에 수급문제가 지적됐던 MB필터는 물론 SB(스펀본드:부직포)도 가격이 크게 올랐다. 보통 보건용 마스크는 겉감인 SB 사이에 MB필터를 끼워넣는 구조다. 이전까지 1톤 당 300만원에 물량도 넉넉했던 부직포는 현재 1톤 당 1000~1500만원까지 가격이 치솟은 상황이다.

A사 대표는 "이번주에도 원자재가 없어 공장을 3일이나 멈췄었다"며 "원자재 문제가 지난 두 달전에 비해 오히려 더 나빠진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마스크 업체들 사이에서도 규모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그는 "기존 중소업체들이 2~3개 라인을 돌린다면 신규 업체들은 50개, 100개씩 설비를 늘리고 있다"며 "생산업체도 늘었지만 생산설비는 두 달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면서 "일부 대형업체들이 20~30일치 필요한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면 남은 물량을 가지고 작은 업체들끼리 끊임없이 경쟁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마스크 주간 생산량 추이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2020.05.13 204mkh@newspim.com

원자재 부족은 정부의 생산목표를 채우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3월 첫째주(3.2~8)부터 5월 첫째주까지 마스크 생산량(주간)은 8000만장 안팎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식약처에서는 생산량 조절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실제로는 원자재가 부족해 가동률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것이 현장 의견이다.

마스크 업체 B사 관계자는 "필터만 정상적으로 공급된다면 생산량은 20~30%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생산이 늘어나면 마스크 가격도 낮아지고 국민들 불편도 해소될텐데 우리가 생산을 의도적으로 줄일 이유가 없지 않냐"고 토로했다.

◆ 산업부 vs 식약처 '나몰라'…"원자재 알아서 구하세요" 뒷짐

"필터 수입이요? 소량은 관심 없습니다." MB필터를 소량이라도 수입해 달라는 마스크업체 C사 대표의 요청에 산업통상자원부 섬유탄소나노과 직원의 답변이다.

C사 대표는 "국내 업체에서 정상적으로 구매하면 1톤당 2600만원 안팎일 MB필터를 중국 브로커에게는 8000~9000만원, 국내 브로커에게는 1억원 이상 지불하며 사들이고 있다"며 "정부가 업체들에게 '알아서 구하라'는 식으로 뒷짐만 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소관부처인 산업부는 원자재 부족은 국내 분배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대형업체들은 물량을 안정적으로 구하고 있고 일부 중소업체의 문제라는 것.

제경희 산업부 섬유탄소나노과장은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MB필터 양은 하루 마스크 생산량에 필요한 물량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일부 업체가 골고루 분배받지 못해 수급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이는 식약처의 업무일뿐 전체 물량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수급은 업체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6일 오전 전북 정읍시에 위치한 마스크 필터 제조업체인 크린앤사이언스를 방문해 제조공정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2020.03.06 jsh@newspim.com

하지만 마스크와 함께 MB필터 또한 지난 3월 6일부터 긴급수급조정조치가 적용된 상태다. MB필터 생산·판매업자는 생산·출고·판매에 관한 현황을 매일 신고해야하며 산업부는 생산·출고·판매 시의 수량, 출고·판매처 등의 조정을 명령할 수 있다.

'원자재가 부족하다'는 생산업체와 '원자재는 충분하다'는 정부. 중소업체의 원자재 수급문제까지 관여하기를 꺼리는 정부의 전형이다. 공적마스크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원자재 수급에 대해 정부가 좀 더 세밀하게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C사 대표는 "모든 마스크 생산과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고 있듯이 원자재도 정부에서 생산량과 가격을 모두 관리해줬으면 좋겠다"며 "원자재만 안정적으로 공급된다면 공적마스크 가격은 얼마든지 내려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적마스크 공급을 총괄하는 식약처도 현실을 외면하기는 마찬가지다. 식약처 관계자는 "마스크 문제는 긴급수급조정조치 하에 모든 것이 통제되기 때문에 정책결정이 매우 예민하다"며 "지속적으로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204mk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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