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정부가 39개 지역에서 '긴급사태선언'을 해제한 가운데, 선언이 그대로 유지되는 8개 지역의 주민들은 심경이 복잡하다.
감염 확산 위험 때문에 선언이 해제되지 않길 바라는 사람들도 많지만, 자영업자 등은 경제적인 이유로 더 이상은 버티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기간의 외출자제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해제 대상 제외 지역에서는 자체적인 휴업요청 완화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이미 오사카(大阪)부에는 단계적인 휴업요청 완화를 결정한 상황이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 정부가 코로나19로 도쿄 등 7개 지역에 긴급사태를 선언한 가운데, 문을 닫은 도쿄의 한 라멘집 앞을 마스크를 쓴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2020.04.08 goldendog@newspim.com |
홋카이도는 4월 중순 이후 2차확산이 시작돼 최근까지도 두 자릿수 일일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이중 확진자가 집중돼 있는 삿포로(札幌)시에서는 휴업요청 등의 조치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역의 기간산업인 관광업계에서는 앓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홋카이도의 '입구'라고도 불리는 신치토세(新千歳)공항은 지난 3월 하순부터 모든 국제선이 운휴 중이다. 국내선도 연휴 이용자가 전년 대비 90% 이상 감소했다. 삿포로시에 위치한 다수의 호텔도 휴업 중이다.
게이오플라자호텔 삿포로는 오는 5월 말까지 신규 예약을 중단하고 있어 숙박객은 전년 대비 10%에 불과하다. 담당자는 "긴급사태선언이 해제된다고 해도 (정부가) 지자체 간 왕래 자제를 요청한다면 통상 영업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삿포로시를 포함한 이시카리(石狩)진흥국 관내 이외는 지난 16일부터 휴업요청이 일부 완화됐다. 하지만 전날 홋카이도의 유명 관광지인 오타루(小樽)운하 인근 거리는 유동인구가 드물었다. 오타루시에 의하면 최근 2년 간 4월 관광객 수는 50만명이었지만 올해는 그 3%에도 미치지 못한다. 담당자는 "경험해본 적 없는 놀라운 숫자"라고 밝혔다.
오타루시 중심부에 위치한 음식점 18곳이 모여있는 '오타루 야타이(屋台·포장마차)촌'은 지난달 13일부터 영업을 자제했다. 점주회 사무국 담당자는 "오는 16일부터 영업을 재개할까 고민도 해봤지만 삿포로 등에서 손님이 몰려와 확진자가 나오면 곤란하다"며 "31일까지는 참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일본 도쿄에서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걷는 시민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긴급사태선언 연장으로 피로도가 높아진 건 도쿄도 마찬가지다. 최근 도쿄에선 통근 인원이 늘어났다. 신문에 따르면 도쿄와 인근 가나가와(神奈川)현을 오가는 통근 전철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공석이 많았지만, 5월 연휴 이후부터는 승객이 많아져 앉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가와사키(川崎)시에서 도쿄로 통근하는 한 여성(29)은 "확진자가 줄면서 다소 느슨해진 것 같다"며 "감염되는 게 무서워서 선언이 해제돼 만원 전철로 되돌아가면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JR 시나가와(品川)역에도 오가는 사람이 많아, 전철 혼잡을 피하기 위해 재택근무에 협력해달라는 안내 방송을 틀고 있다.
건설회사에 다닌다는 한 남성(35)은 "(긴급사태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지만 아직은 견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긴급사태 발령 이후 주2회 통근을 하며 나머지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할 땐 부부가 아이 2명을 돌보지만 "재택할 때는 거의 일을 할 수 없어 평범하게 통근하는 게 편할 것 같다"고 했다.
이 남성은 "회사 실적도 악화되고 있어 빨리 해제하는 게 경제적으로는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도쿄에 때아닌 눈이 내린 29일 한 식당에 손님이 오지 않아 빈자리가 많이 놓여있다. 이날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가 도민들에게 외출 자제를 요청한 뒤 처음 맞이하는 일요일이다. 2020.03.29 kebjun@newspim.com |
◆ 오사카부, 휴업요청 '단계적 해제'…요식업계는 반기지만
일본에서 두번째로 확진자가 많은 지역인 오사카(大阪)부는 지난 14일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휴업요청을 단계적으로 해제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날 일본 정부는 39개 지역의 긴급사태선언을 해제하면서도, 오사카부를 비롯한 8개 지역에선 긴급사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오사카시 기타(北)구에서 철판구이집을 운영하는 한 여성(57)은 오사카부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오사카부의 결정으로 음식점 운영이 오후 8시에서 10시까지로 완화됐기 때문이다. 주류 제공 가능 시간도 오후 7시에서 9시까지로 늘어났다.
이 여성은 "두 시간 차이는 매우 크다"며 "환기 문제나 좌석 간 거리 문제는 신경 쓸테니 손님들이 천천히 술을 마시다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구시카츠(串カツ·꼬치튀김) 체인점인 다루마(だるま)는 오사카부 내 운영하던 13개 점포 가운데 4개 점포의 운영을 오는 16일부터 재개한다. 도톤보리(道頓堀)점 담당자는 "새 가게를 오픈하는 것 같이 기대된다"며 "안심과 안전을 제일로 준비하겠다"고 했다.
오사카부에서는 극장의 휴업도 해제됐다. 오사카시에 위치한 '제7예술극장'은 오는 23일부터 재개할 방침이다. 편성 담당자(32)는 "이 이상 휴업이 계속되면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감염 예방을 위해 최대 정원 수는 절반으로 줄여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밀접·밀집·밀폐'를 의미하는 '3밀'(密)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클럽과 라이브 하우스는 휴업 해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타신치(北新地)의 한 클럽을 경영하는 점주(84)는 "희망을 갖긴 했지만 우리업종은 해제대상의 가장 마지막일 거라고 각오하고 있다"면서도 "휴업이 길어지면 손님들과도 소원해진다"며 걱정했다.
사카이(堺)시의 한 라이브하우스의 점장 대리(23)는 휴업한지 벌써 2개월째라며 "이 곳을 어떻게든 남기고 싶지만 터널 끝네 빛이 보이지 않는다"며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