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 강화' 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미국 전직관리들은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거듭 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 분석관을 지낸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26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이번 발표로 그들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벡톨 교수는 "북한은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발표를 하지 않는다"며 "자신들의 핵 프로그램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미국에 알리려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도 "이번 회의는 김 위원장이 새로운 전략무기나 핵 역량 개발 계획을 밝힌 지난해 12월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회의의 내용과 맥을 같이 한다"며 "북한은 핵무기 역량을 보유하고 개선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사진 = 노동신문 홈페이지] |
반면 이번 메시지가 내부 결속을 위한 성격이 더 강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는 "이번 회의는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의 연장선인데,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 파기 가능성과 새로운 전략무기를 예고했던 지난 메시지 이상의 것이 나오지 않았다"며 "이번 회의는 코로나19 국면에서도 북한 당국이 국가이익을 챙길 것임을 강조하는 대내용 메시지의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따라서 이번 회의는 상당 부분 북한 주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생각되며, 김정은 위원장은 코로나19 위기와 관련해 북한이 대비돼 있고, 강하고 결연하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며 "다시 말해 북한이 직면한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경계를 늦추지 않고 국가이익을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전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연구원도 "이번 회의는 북한의 힘과 지속적 경계심을 강조하는 대내용 메시지를 내보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이번 회의를 통해 추론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이 지속적으로 향후 몇 달 간 미사일 시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그러면서 "특히 이번에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군 인사들의 위상이 강화된 것을 보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우선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는 주민들에게 '북한은 강하며, (핵)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전직 관리들은 북한의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 대한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과 관련해 "미국이 올해 말 대선 때까지 북한에 대한 현상유지를 희망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북한이 훌륭한 경제와 국제사회 재편입을 원한다면 핵무기를 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발언은 2차 미북 정상회담 합의 결렬 이후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같다"며 "이는 대선 때까지 미국 정부의 입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인혼 전 특보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선 때까지 북한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최대한 낮추려 할 것"이라며 "백악관은 아마도 올해 북한과 관련한 목표 달성에 진전이 없을 것임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며, 따라서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의 뒤로 놓는 것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여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