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이혼소송에서 자녀 양육비 분담을 정하면서 금액 외에 구체적인 관리방법까지 지정하는 것은 양육권자의 재량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타이완 국적의 아내 A(38)씨가 남편 B(38)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 중 양육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가정법원에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법원. 2019.01.22 leehs@newspim.com |
앞서 A씨는 B씨를 상대로 지난 2017년 11월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자녀 C(3)양의 친권자와 양육자를 자신으로 지정하고 B씨가 양육비를 지급할 것을 청구했다.
1심은 A씨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면서 A씨를 친권자와 양육자로 지정하고, B씨는 A씨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구체적인 양육비에 대해서는 C양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해의 2월 말까지는 월 50만원, 중학교에 입학하는 해의 2월 말까지는 월 70만원, 성년에 이르기 전날까지는 월 90만원을 매월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2심은 "부모 모두 양육비를 분담해야 한다"며 "C양이 성년이 될 때까지 A씨가 월 30만원, B씨가 월 50만원을 각각 부담하라"고 1심 판결 중 양육비 부분을 변경했다.
그러면서 양육비 관리방법으로 △A씨 명의의 새로운 예금계좌를 개설, 연결된 체크카드를 발급받을 것 △A씨와 B씨는 매월 10일 양육비 분담금을 해당 예금계좌로 각각 입금할 것 △A씨는 체크카드를 통해서만 양육비를 지출할 것 △A씨는 매년 분기별로 예금계좌 거래내역을 B씨에게 공개할 것 등을 판결 주문에 기재했다.
대법은 "재판상 이혼 시 가정법원으로서는 양육자가 부담해야 할 자녀 양육비를 제외하고 상대방이 분담해야 할 적정 금액의 양육비만을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심 판결과 같이 양육비의 사용방법을 특정하는 것은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자녀를 양육할 양육자 A씨의 재량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판결 주문은 명확해야 하는데 A씨와 B씨가 이행할 의무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특정됐다고 볼 수 없다"며 "특히 구체적인 양육비 사용방법에 대해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A씨에게 예금계좌 거래내역을 정기적으로 B씨에게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분쟁을 예방하는 측면보다는 추가적인 분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은 "원심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양육비용 부담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