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인 애경산업 직원으로부터 수백만원의 뇌물을 받고 환경부 내부 자료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전 환경부 서기관이 항소심 첫 재판에서 "이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었다"며 검찰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배준현 부장판사)는 2일 오전 수뢰후부정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환경부 서기관 출신 최모 씨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고등법원. 2020.03.23 pangbin@newspim.com |
이날 검찰은 항소이유에 대해 "피고인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 업무를 하면서 가해업체에 피해자 명단이나 검찰 압수수색 일정 등 중요한 기밀을 누설했다"며 "피해자들에게 용서할 수 없는 배신감과 박탈감을 안겨줬고 (애경산업에) 자료를 폐기하게 한 점은 죄질이 매우 중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최 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애경산업에서 생산하는 물품을 여러 차례 받았을 뿐 현금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다른 유사사례와 비교해보면 가벌성이 현저히 낮다고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피고인은 이 사건으로 공무원 신분을 상실했고 모든 것을 잃었다"며 "1심 벌금액도 모두 납부했고 항소심에 이르러 본인이 받았던 식사나 선물 해당액 전액인 203만원을 제공자인 애경산업 측에 공탁했다. 검사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오는 23일 오전 다음 기일을 열고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다.
앞서 최 씨는 1심에서 뇌물수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받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아울러 추징금 203여만원 및 20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받았다.
다만 수뢰후부정처사 혐의에 대해서는 뇌물수수 이후 부정행위가 이뤄졌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애경산업 직원으로부터 총 203만원 상당의 금품과 저녁식사 등 향응을 제공받고 가습기 살균제 건강영향평가 결과보고서와 환경부 작성 국정감사 예상 질의응답 자료 등 환경부 각종 내부 자료를 애경 측에 넘긴 혐의를 받는다.
당시 최 씨는 가습기살균제 사태 대응 태스크포스(TF)에 소속돼 피해자 구제 업무를 맡으면서 환경부 내부 보고서와 진행 상황 등을 텔레그램을 이용해 애경 측에 제공하는 등 공무상 기밀을 누설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8년 11월 애경 직원에게 검찰 수사가 개시될 것으로 예상되니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습기살균제 자료를 삭제하라고 알려준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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