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부동산 계약을 마치고 중도금까지 받은 상태에서 제3자에게 이중매도한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배임 혐의로 기소된 송모(84)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앞서 송 씨는 지난 2015년 9월 자신 소유 토지를 주식회사 B사에 52억에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다. 당시 계약금을 포함한 10억원은 실제 지급하고, 나머지 42억원은 해당 토지에 설정된 은행 근저당권 피담보채무를 변제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송 씨는 B사에게 8억여원을 중도금 명목 등으로 받고 소유권이전 가등기를 해줬다.
하지만 송 씨가 이후 제3자에게 다시 해당 토지를 팔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면서 문제가 됐다. 검찰은 송 씨의 행위를 배임으로 보고 기소했다.
송 씨 측은 "제3자와 2차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가등기를 이미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손해 발생 위험이 발생하지 않아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1심은 이 같은 행위가 배임이 맞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해금액을 산정하면서 해당 토지의 실제 가치가 2억3000여만원으로 보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인 5억원에 미달한다며 형법상 배임죄로 징역 1년6월 및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이미 가등기가 마쳐져 이중매매를 방지할 보편적이고 충분한 수단이 마련돼 있는 상태에서 중도금이 지급됐다면 가등기에 기한 순위보전 효력으로 B사가 2차 매매계약 매수인의 등기를 말소하고 자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수 있다"고 판단해 송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또 "이미 제2 매수인이 B사에 대해 가등기 말소를 구했으나 패소했고, 오히려 가등기에 대한 본등기청구가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대법은 이같은 2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판결하라고 파기환송했다.
대법은 "피고인이 B사에게 가등기를 마쳐줬다고 해도 계약금, 중도금 등을 지급받은 이상 B사 재산보전에 협력해야 할 신임관계에 있다"며 "피고인이 B사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데도 원심은 배임죄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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