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지하철에서 성추행 범행을 저질러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일부 가중된 처벌을 받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판결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검사의 항소 없이 피고인만 항소했을 경우 원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는 '피고인 불이익 변경금지의 원칙'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혐의로 원심에서 징역 4월 및 집행유예 1년 선고를 받은 권모(36) 씨에 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환송했다고 2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앞서 권 씨는 2018년 지하철 1호선에서 피해자의 신체를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4월 및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1심은 권 씨에게 12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3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을 함께 명령했다.
이에 권 씨만 항소해 이듬해 항소심이 열렸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동일한 형을 선고하면서도,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 명령도 같이 선고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들어 권 씨에게 3년간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도 함께 선고했다.
대법은 대법관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은 "형사소송법 제368조에 의하면 피고인만이 항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1심 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며 "피고인만이 항소한 이 사건에서 원심이 1심과 동일한 형을 유지하면서도 개정규정에 따라 장애인 복지시설에 대한 3년의 취업제한 명령을 새로 병과하는 것은 전체적·실질적으로 볼 때 1심 판결을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이므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다만 대법도 1·2심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부분은 정당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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