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16일 오후 남북 간 '24시간 365일' 상시 연락채널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적으로 폭파하면서다.
통일부 당국자는 "16일 오후 2시 49분께 북한이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대남정책 총괄' 권한을 위임 받은 김여정 제1부부장을 앞세워 잇단 '대남 보복' 담화를 내놨었다.
그 중에서도 김 제1부부장은 지난 13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건물 폭파를 예고한 바 있다.
단, 북한이 실제 행동으로 옮길지 여부를 두고 그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하지만 이번에 단순 엄포성이 아닌 것이 확인됐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뉴스핌 DB] |
◆ '김여정 경고' 실행에 옮긴 北…다음 수순은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함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남북 통신선 차단과 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3차 추가조치가 실행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예고한 조치 중 현재 남은 것은 ▲개성공단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비무장지대(개성·금강산 일대) 요새화 ▲대남 삐라(전단) 살포 등이다. 아울러 해상에서의 해안포 사격 등 대남 무력시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은 다음 수순은 남북군사합의 파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만큼 북한이 추가조치를 계속해서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북한이 단계적으로 대남 도발 수위를 높여나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대북 전문가들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재무장화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 복구 ▲비행금지구역 간접 침범 등을 시작으로 내달 말부터 시작되는 하계훈련을 빌미로 해안포 사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18년 9월 14일 조명균 당시 통일부 장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외 주요 참석자들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앞에서 열린 개소식에서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 폐허로 사라진 남북공동연락사무소...4·27 판문점선언 성과에서 '남북경색 상징' 추락
북한이 폭파한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지난 2018년 4·27 판문점선언의 최대 성과 중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선언 1조 3항에 "남과 북은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민간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해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기로 했다"고 명시하는데 합의했다.
남북 정상이 서울·평양 연락사무소 중간단계의 성격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만들기로 한 것은 남북관계의 전환기를 반영하는 일대 사건이었다.
특히 의사소통 부재로 인한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한계를 방지하고, 필요 시 상시 협의·협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진전으로 평가됐다.
남북은 그해 7월 개성공단에 방치돼있던 교류협력협의사무소를 사용하기로 합의하고 개보수 작업을 진행했다. 2개월의 작업 끝에 지난 2018년 9월 14일 역사적인 개소식이 열렸다.
당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남북연락사무소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하고 남북간 실시간 소통의 시작을 알렸다. 정부는 남북관계 진전 상황에 따라 상호대표부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노딜'로 끝난 북미정상회담 이후 장기화된 남북 간 경색국면, 최근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에 대한 북한의 반발 등이 결국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 한 대북 전문가는 "판문점선언이 휴지조각이 될 상황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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