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최근 한화그룹이 지분 투자한 미국 수소트럭업체인 니콜라의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지면서 이른바 '수소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세계 주요국가들이 수소산업 육성 정책을 앞 다퉈 발표하며 성장 가능성에 기대감을 높이는 중이다. 그렇다면 수소산업은 현재 어디까지 와 있을까. 수소차를 중심으로 한 기업들의 수소사업 현주소와 정부 정책 기조, 개선 과제 등을 살펴봤다.
① 니콜라 열풍에 기대감 ↑…현대차·한화·효성·두산 '뛴다'
②"미국서 수소트럭 상용화 20년 이상 걸릴 것"
③"정부 정책 일관성 유지‧체계적 추진 필요하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미국의 수소트럭 스타트업인 니콜라의 기업가치가 급등하며 가히 수소산업 열풍을 불러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열풍 속의 거품론도 지적한다. 니콜라가 전기차의 애플로 불리는 테슬라 효과를 보고 있다는 점과 수소트럭의 상용화는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만약 세계 수소차 1위 현대자동차에서 수소트럭 사업을 분사해 미국에 상장했다면 어떠했을까. 오히려 니콜라를 넘는 '초대박'을 쳤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전 세계에서 수소차는 한국이 제일 잘한다는 이유에서다.
◆ 니콜라 열풍은 '테슬라 효과'...현대차, 전 세계 수소차 1위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니콜라 열풍 속의 우려의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니콜라에 대한 기대 심리가 수소트럭 상용화 시기와 무관하게 지나치게 앞서간다는 것이다.
수소차와 전기차는 전기에너지로 전기모터를 구동하는 점은 동일하다. 전기차는 에너지원을 배터리로 쓰지만, 수소차는 수소를 쓴다. 수소탱크에 저장된 수소를 외부의 산소와 화학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한다.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 수소차 투싼ix를 양산하며 전 세계 수소차 1위다. 2018년 넥쏘 수소차를 출시해 판매 중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수소산업은 수소충전소 구축이 늦어져 일본 보다 뒤떨어진다는 일각의 지적을 받아왔다.
현대차는 이달 초 전라북도 완주 소재의 현대차 전주공장에 국내 첫 상용차 수소충전소를 열었다. 환경부를 비롯해 전라북도와 완주군 등이 지원에 나서 처음으로 만든 상용차 수소충전소다. 이 곳에서 기존 수소충전소의 두 배 수준인 시간당 약 22대(넥쏘 기준)를 충전할 수 있다.
권용주 국민대학교 자동차디자인학과 교수는 "니콜라가 주목받는 것은 '테슬라 효과'인데 기존의 자동차 회사가 아닌 니콜라가 수소트럭을 개발하기 때문에 기대감이 높은 것"이라며 "테슬라가 (우여곡절 끝에) 전기차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처럼 니콜라도 수소트럭을 만들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이미 수소트럭이 있지 않느냐. 수소트럭 등 수소차는 현대차가 제일 잘 한다"면서도 "일본은 수소충전소를 구축한 뒤 토요타가 미라이 수소차를 출시한 반면, 한국은 수소차가 나온 뒤 수소충전소 구축이 시작된 탓에 '현대차 밀어주기' 등 논란이 생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스위스 수소 에너지기업 'H2 에너지(H2E)'와 설립한 합작법인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HHM)'를 출범하고 유럽 수소트럭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또 창원시는 쓰레기수거용 수소트럭을 내년 말까지 시범운행하기로 하는 등 수소트럭 상용화를 향한 발걸음을 뗐다.
◆ 미국서 수소트럭 상용화 먼 이야기..."20년 이상 걸릴 것"
전문가들은 니콜라 열풍을 수소트럭 상용화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다. 수소가 궁극의 미래 에너지원으로 손꼽히고 있지만 상용화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권 교수는 "수소트럭은 상용화 가능성과 수소 인프라를 봐야 한다"며 "미국은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가 거의 안 돼 있다. 인프라는 자동차 제조사가 할 수 없고, 인프라 없이 수소차는 못 간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와 수소차는 부품의 약 60%를 공유한다. 전기차가 수소차로 가는 흐름을 니콜라가 맞추는 것 뿐"이라며 "니콜라는 거품이 많다. 니콜라 등 기업이 나서서 수소차 상용화가 될 일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전 세계에서 수소충전소가 가장 많이 보급된 곳으로, 캘리포니아에만 40여개가 운영 중이다. 미국은 2030년까지 수소충전소 1000개를 구축할 계획이다. 독일과 영국, 중국 등도 2030년 수소충전소 1000개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 수소충전소는 서울 여의도 국회 등 39곳(6월 기준)이다.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은 기존 내연기관에서 전기를 이용하는 전기동력화 차량으로 갈 것이라는 데 이견은 거의 없다. 자동차 업계는 앞으로 전기차는 승용 목적으로, 수소차는 장거리가 많은 상용차에 적합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 교수는 수소의 '생산-이동-저장'이 해결된 게 없기 때문에 수소상용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는 "수소는 에너지 소스가 아니라 캐리어다. 이 소스를 뽑아내기 위해 에너지가 들어가야 하는데 그게 전기에너지"라며 "에너지를 다원화한다는 측면에서는 수소가 의미가 있으나, 수소차 상용화는 근본 기술이 안 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구상에서 수소와 산소가 있다는 그림은 완벽하지만 이를 구현한 기반 기술 구축에 약 20년 이상 필요할 것으로 본다"며 "수소차가 궁극의 차 중 하나지만 상용화까지는 20~30년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국이 수소차 상용화 시기를 10년 후쯤으로 보는 것 보다 훨씬 먼 미래다.
이와 함께 권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공통점은 기름이 안 나와고 에너지 가격 변동성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함께 배출가스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를 고려할 때 미래 에너지원으로 수소가 꼽히는 것뿐, 미국 등 수소차 상용화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니콜라는 지난 4일 나스닥에 상장해 시가총액이 300억달러(약 36조원)을 기록하며 포드의 시가총액 288억달러(약 34조원)를 넘어서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15년 설립된 니콜라는 설립 뒤, 차를 한 대도 팔지 않았고, 2021년 수소트럭을 양산할 계획이다. 최근 트레버 밀턴 니콜라 최고경영자(CEO)는 오는 29일부터 픽업트럭 '배저(Badger)' 판매 계획을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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