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산업은행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놓인 쌍용자동차 사태와 관련해 대주주 마힌드라를 본격 압박하고 나섰다. 산은은 전날 공식입장 표명을 통해 쌍용차가 주장하는 '고용안정·후방산업 효과'만으론 추가 자금지원에 나설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이에 따라 마힌드라가 이르면 이번달 늦어도 다음 달 안에는 산은 채권단이 납득할 만한 '성의 표시'를 해야만 추가 지원방안에 대한 협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7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900억원 규모의 쌍용차 채무에 대한 연장 심사가 임박한 탓이다.
[사진=KDB산업은행 사옥] |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쌍용차 회생의 전제 조건으로 ▲대주주 책임 ▲지속가능성 여부를 내걸었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책임있는 주체의 의지와 조치가 있어야 하고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확인돼야 한다"며 "두 가지가 확인돼야만 정부와 협의해 지원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0여년간 지속적으로 경영난을 겪어온 쌍용차에 대한 추자 자금지원이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의 최대주주는 인도기업인 마힌드라다. 산은은 쌍용차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단순 채권자에 불과하다. 최대주주마저 손을 놓은 기업에 대해 산은이 추가 자금지원에 나서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대주주로부터 외면받은 쌍용차는 산은만 바라보는 눈치다. 당장 오는 7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 산은은 일단 '만기연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른 기관과 협의가 된다면 기존에 나간 자금을 회수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단 대주주 마힌드라를 언급하며 전제조건을 달았다. 마힌드라가 보증을 선 외국계 차입금 약 2000억원의 만기연장을 해결하라는 것이다. 채권단인 산은도 만기연장을 위해 노력하는 만큼 대주주도 어느 정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는 쌍용차 유동성 위기 해결을 위한 첫 번째 관문에 불과하다. 돈을 투입한다고 해도 향후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 놓인 탓이다. 당초 쌍용차는 기간산업안정기금에 2000억원을 신청하려고 했는데 이 금액은 전액 신차 개발비에 사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산은은 현재 마힌드라에 추가 투자를 촉구하고 있다. 최근 해외언론을 통해 쌍용차를 포기하는 듯한 메시지를 흘리는 마힌드라에 대주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다하란 압박이다.
당초 마힌드라는 향후 3년간 2300억원을 직접 투자하기로 한 결정을 코로나19를 핑계로 철회했다. 대신 400억원의 일회성 자금을 지원하는데 그쳤다.
때문에 국책은행 내부에서는 마힌드라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최소한의 성의 표시를 해야 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약속한 금액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주주로서 납득 가능한 수준에서 지원을 해야 채권단도 추가 자금지원을 할 명분이 생길 것이란 지적이다.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주주마저 포기한 기업을 채권단이 나서 지원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꼴' 아니겠냐"며 "대주주가 어느 정도 성의를 보여야만 쌍용차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협의가 본격화되지 않겠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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