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 2015년 옛 통합진보당(통진당) 소속 국회의원 지위확인 행정소송과 관련해 법원행정처의 검토 문건을 담당 재판부에 전달할 것을 요청받았던 현직 법관이 "거부감이 들었고 전달 자체에 심적 부담을 느꼈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1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61·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속행 공판을 열고 조모 부장판사를 불러 증인신문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6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6.10 dlsgur9757@newspim.comㄷ |
검찰에 따르면 조 부장판사는 지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를 지냈다. 그는 2015년 5월 26일 평소 친분이 있던 이규진(58·18기)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만나 법원행정처에서 검토·작성한 '통진당 국회의원 행정소송' 문건을 건네받았다.
조 부장판사는 문건을 전달받은 경위에 대해 "이 전 상임위원이 점심을 사주겠다고 해서 편한 마음으로 나간 자리였는데 통진당 소송과 관련해 검토한 자료라며 봉투를 건네주고 잘 읽어보라고 했다"며 "그 자리에서 꺼내 얼핏 보니 형식이 판결 근거를 나열해 놓은 판결문 작성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찰이 '해당 문건을 담당 재판부에 전달해달라는 요청을 거절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연수원 동기인 이 전 상임위원이 와서 줬는데 전달을 안할 수도 없었다"며 "개인적으로 저라는 사람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지 않을까 하는 평판을 생각한 것도 맞다"고 대답했다.
조 부장판사는 다만 "판결문 형식의 문건 자체를 전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담당 재판부 입장에서도 부담을 많이 느끼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문건을 받고 1~2주 고민 후 파쇄한 뒤 취지만 재판장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이날 검찰과 변호인은 조 부장판사가 전달했다는 문건의 '취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재차 질문했다.
검찰은 통진당 소송에 대한 '각하' 판결은 헌법재판소와의 권한 문제를 비롯해 법리적 문제가 있다는 당시 법원행정처 의견에 따라 행정처가 수립한 방법을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임 전 차장 측은 해당 문건에 각하, 기각, 인용 등 예상 주문마다 분석이 돼 있었고 각각 문제점이 있으니 검토해보라는 내용이었다는 입장이다.
조 부장판사는 이에 대해 "문건을 파쇄한 뒤 한 달 가까이 지난 회식자리에서 담당 재판장에게 '각하에 대해서는 법리적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있으니 잘 검토해보는게 어떻겠냐'는 취지로 말한 것이 전부"라며 "재판부에 부담 없이 말하기 위해 취지만 전달한 것이고 구체적인 워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2시 조 부장판사로부터 통진당 문건 취지를 전달받았던 반모 부장판사를 불러 증인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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