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홍콩 국가보안법(이하 '홍콩 보안법') 제정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홍콩에 거점을 둔 디지털뉴스 편집국의 일부 인력을 내년에 서울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이에 홍콩에 거점을 둔 CNN과 블룸버그통신 등 많은 주요 언론사들도 '홍콩 엑소더스'에 동참할지 주목된다.
미국 뉴욕주 뉴욕 맨해튼에 있는 뉴욕타임스 본사. [사진=로이터 뉴스핌] |
14일(현지시간) NYT는 '뉴욕타임스가 홍콩 사무실 일부를 서울로 이전한다'란 제목의 기사를 내고, "중국이 아시아 대도시에서의 일을 차단하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함에 따라 회사는 홍콩 소재 디지털뉴스 운영을 한국 서울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외국 기업에 대한 도시의 개방성, 중국 본토와 근접한 지리, 자유로운 언론의 풍부한 전통에 이끌려 온 영어 뉴스 매체의 아시아 허브가 되어 왔다"며 "그러나 지난 6월 중국 정부가 통과시킨 지나치게 광범위한 홍콩 보안법은 역내 반정부와 민주화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언론 조직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으며, 아시아 언론계의 중심지로 홍콩의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조성하고 있다"고 신문은 꼬집었다.
신문은 중국 본토에서는 흔하지만 홍콩에서는 일부 기자들만 어려움을 겪은 바 있는 취업 허가증 확보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도 했다. 홍콩이 중국의 강화된 통치하에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NYT 편집자들은 아시아 지역에 추가적인 운영 거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신문의 국제 기사 보도와 운영을 총괄하는 편집자와 경영진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중국의 지나치게 광범위한 새로운 국가보안법이 우리의 운영과 저널리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에 대해 많은 불확실성이 생겼다"며 "우리는 비상계획을 세우고 역내를 중심으로 편집인력을 다변화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NYT는 내년에 서울에 디지털뉴스 부편집국을 마련하고, 홍콩 인력의 3분의 1 정도를 서울로 보낼 계획이다. 홍콩 지사는 신문의 24시간 보도 체계에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는데, 뉴욕 본사와 런던 지사 직원들이 퇴근하면 홍콩 지사가 기사를 커버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홍콩 사무실에 계속해서 대다수의 인력을 두고 중국 본토와 홍콩 취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에 거주하고 있는 NYT 신문 해외판(International Edition) 인쇄팀은 현지에 남는다. 광고와 마케팅 부서 직원들도 홍콩에 남는다는 전언이다.
NYT는 이번 사무실 이전을 "미국 언론기관의 중대한 전환점"(a significant shift)으로 표현했다.
◆ 서울, 新 '아시아 언론 도시'로 부상할까
중국이 홍콩의 안보를 수호하겠다고 이달초 제정한 홍콩 보안법은 크게 분리 독립, 전복, 테러, 외국 세력과 유착 혐의로 나뉜다.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한 보안법은 홍콩인 뿐만 아니라 외국 개인과 단체에도 적용돼 현지에 거점을 둔 많은 외국 회사들은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캐리 람(Carrie Lam·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 보안법을 위반하지 않는 이상 기자들은 자유로이 기사를 보도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보안법 조항들이 애매해 어느 정도까지의 보도가 위반이 아닌지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NYT를 시작점으로 홍콩 내 여러 해외 언론사들이 서울로 거점을 옮길지 관심이다.
NYT는 이전할 장소 후보로 서울과 태국 방콕, 싱가포르, 일본 도쿄를 생각했다고 한다. 한국은 "다른 이유들 중에서도 외국 기업에 친절하고 언론의 독립성이 보장되며 몇몇 주요 아시아 뉴스 기사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기에 매력적"이었다는 설명이다.
복수의 소식통은 신문에 홍콩에 많은 인력을 둔 CNN과 블룸버그통신은 아직 홍콩을 떠날 계획이 없으며, 다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알렸다.
wonjc6@newspim.com